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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을 대표하는 인물 ‘충암’ 유적지 답사 소회
[1389호] 2018년 08월 09일 (목) 김병서 객원기자 webmaster@boeuni.com

목멱산 자락의 불상을 뒤로하고 장충단 공원을 지나 한남대교를 건너 시작된 학창시절의 답사를 회상하며, 더 늦기 전에 미루고 미루었던 답사를 위해 보청천변 집을 나섰다. 종곡리 출신으로 17대 방조가 되는 충암선생 묘소에 가서 인사드리고 싶은 오래된 숙제를 마치고 싶었다.
엄친은 우리 형제들에게 (편의를 위해 존칭과 벼슬은 생략)중시조인 판도판서공인 장유를 비롯해 중남, 을식, 처용, 증손, 효정, 벽, 정, 천우, 천부, 가기, 가권, 덕민, 옥, 용 ,상 ,경, 의 할아버지들과 함께 집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곡 성운과 남인의 거두 윤휴에 관련된 많은 말씀을 해 주셨다. 아마도 훌륭한 삶을 살아오신 조상들을 본 받아 살기를 원하셨기에 그리 하셨을 것이다.
7월말의 기록적인 폭염 앞에 출발하자 마자 시기를 잘 못 잡았구나 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옛날 답사가 춘계, 추계로 나누어 진행된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대청댐 주변을 돌아가는 길은 감탄의 연속 이였으나 초행 길이다 보니 풍경보다 운전에 더욱 집중해야했다. 회남대교를 건너서니 말로만 들어왔던 어부동 지역이었다. 차를 세워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커피숍에 들리고 싶은 욕심을 다음으로 미루고 571번 지방도를 내달렸다. 봄,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자태가 베어있는 아름답고 정겨운 길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이 가까운 문의 지역에 청남대를 조성한 까닭을 알 것 같다.
보은과 대전 접경을 지나니 목적지에 더욱 가까워 졌다는 생각으로 속력을 줄여가며 이정표를 확인했으나 충암 유적지를 안내하는 단 하나의 징표도 발견하지 못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보이는 한옥들을 보고 표지석을 확인한 후에야 목적지임을 알게 되었다. 잘 정돈된 조경수들을 보며 대문 앞에서 반겨주는 백구를 보고 충암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을 알고 나니 먼 길을 찾아 온 방계 후손임을 내세워 번거로움을 드릴 수 없었다. 다포 양식을 하고 있는 대문을 뒤로하고 오른편 담벼락을 끼고 돌아 올라서니 충암 선생의 부인이신 은진 송씨의 정려문이 반기고 있었다.
반바지 차림에 온 행색을 자책하며 목례로 예를 표하고 보니 충암 탄신 500주년 기념사업회에서 1987년에 세운 (국역)충암선생 신도비가 우뚝 서 있고 그 옆으로 많이 마모된 비석이 있는데 아마도 원래 세워진 신도비로 추정된다. 머리를 쪼는 듯 한 태양빛을 가릴 수 없는 차림으로 오래 머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려문을 끼고 능선을 따라 오르니 한 무더기의 무덤군들이 오랜 세월을 이겨내고 서 있는 석상들과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목례로 인사를 드리며 충암의 묘를 찾아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말았다. 시간을 갖고 둘러보기엔 외부인의 출입을 알리는 듯한 경고음이 걸음을 재촉했고, 물줄기로 변한 땀을 이겨 낼 수 없어 아쉬움 속에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조카이며 제자인 천우, 천부가 충암을 모신 곳은 대청댐 건설로 수몰되어 지금의 자리는 이전된 곳이다. 지금 전해져 오는 충암집도 천우, 천부가 충암 사후 원고를 보관하고 있다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초판이 간행된 것이다. 뽀얀 먼지가 쌓여가고 있는 엄친 서재의 충암집이 생각났다. 회덕이라는 타향에 육신을 의지한 연유로 지방문화재가 아닌 지방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어 이정표 없는 유적지가 되었다는 슬픈 생각이 비단 혼자만의 상념일까라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고향인 보은군 의회에서는 충암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한다. 태를 묻은 고향에서는 올바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충암이 되어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온전히 자리 메김 하길 기원한다. 아쉬움과 무거운 죄스러움이 함께 한 답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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