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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여행
[1385호] 2018년 07월 05일 (목)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webmaster@boeuni.com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갑갑한 일상에 메어 있다가 어디 여행이라도 훌쩍 떠나면 기분이 한결 새로워진다. 여행은 새로운 풍광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는 것은 더욱 흥미 있는 일이다. 또한 그들이 손수 만들어 사용하는 소박한 물건들에도 관심이 많다. 오래되어 손때 묻은 것이라면 더욱 좋다. 그렇게 구석구석 살피다 보면 여행기간이 남들보다 많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요즈음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장ㆍ노년층이나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 중에 여행에 취미를 붙인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즐기면서 여행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패키지여행처럼 단체를 따라다니는 여행의 경우, 여행비용은 절약되겠지만 바람직한 여행은 아니다.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에 내리자말자 곧바로 빡빡한 일정에 따라가기 위해서 정신없이 바빠진다. 이는 즐거움과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여행”이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각종 메스컴들에 등장한 눈에 익은 곳이나 경치가 좋은 곳으로 바로 찾아간다. 그리고는 내가 거기 갔었노라는 증거를 남기기 위하여 그것들을 배경으로 자기 얼굴이 들어간 사진들을 정신없이 팍팍 찍는다. 밥먹고 할 일을 다 하고나면 거기에서는 더 이상 별 볼일이 없다는 듯이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는 또 다른 목적지를 찾거나 자동차로 정신없이 다른 목적지까지 직행한다. “폭격여행!” 바로 그것이다. 하늘에서 목표점을 찾아 폭격을 하고는 다른 목표점을 위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런 식의의 여행 말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그렇게 돌아다니다 돌아오면 남는 것은 사진이 전부다. 사람들이 여행이 어쨌냐고 물으면 그저 “아, 참 좋더라”라는 말 뿐, 여행기나 기행문 한줄 남는 것도 없다.
 그런 여행의 경우 안내자는 반드시 여러 매장으로 여행객들을 끌고 다니는데 쇼핑관광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것은 안내자를 위한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내가 더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무를 수도 없고 오히려 머물고 싶지 않는 곳에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니 여행이 즐거움과 휴식을 주는 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다녀오면 피곤이 겹처서 여행후 휴식이 다시 필요해진다. 그래서 나는 패키지여행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모처럼의 여행이 그런 여행이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공부를 위해서 책을 펴놓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가며 공부를 했다. 선생님의 지도 역시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주는데 열심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것만 집중적으로 공부를 했다. 시험공부 때에는 밑줄 그어둔 그 부분만 반복해서 외웠다. 그것을 외움으로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없어서 속독으로 책 한권을 순식간에 넘기기도 했다. 철학책도 그런 방법으로 속독을 했다. 그러나 철학은 모든 문장들에 다 줄을 쳐야 할 정도로 모두 중요한 내용들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폭격여행도 그런 모습으로 비친다. 생소한 나라에 이르러 구석구석 그 나라의 경관을 살펴보고 그곳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면 여행의 효과도 배가 될 것이다. 단순한 자연지리 여행이 아니고 인문여행, 좌우간 나는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밑줄친 문장 몇 개만 외웠다고 그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폭격여행으로 몇 개의 경치를 간헐적으로 보았다고 그 나라를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시름시름 쉬어가면서, 생각하면서, 그리고 여행과정을 즐기면서 이동하는 늙은이들의 여행이 답답한 여행같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그렇게 해보면 휴식과 여행을 동시에 얻게되는 알차고 즐거운 여행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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