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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지3 (뿌리의 힘)
[1384호] 2018년 06월 28일 (목) 시인 김종례 webmaster@boeuni.com

 여름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즘이다. 나도 가슴 깊은 곳에 묶여 있던 쇠고랑을 하나 둘씩 풀어내며, 오랜만에 숨통을 터뜨려 보는 요즘이다. 추수 때를 향하여 분투하는 뿌리의 혼과 다채로운 빛깔의 꽃잎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여름아침 단상을 적는다.
 한 다발의 농작물이나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 우주 생태계는 일제히 협연을 한다. 봄볕은 깊은 잠에 빠졌던 대지에 따스한 불꽃을 지펴주었고, 태동을 감지하는 산야에 하늘과 바람과 밤하늘의 별까지도 생명력을 불어 주었다. 씨앗이 진솔한 흙을 만나던 순간부터 굼실대기 시작한 뿌리의 혼이 떡잎을 가르고, 잎을 피우고, 튼실한 대궁도 올려 주었다. 급기야 하늘을 향하여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을 올려다보며,‘다 이루었다’고 한숨 돌리는 뿌리의 액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작은 마당에는 해당화, 황금달맞이, 매발톱, 초롱꽃, 인동초, 다리아, 백합, 작약, 꽈리, 칸나, 메꽃 등 뿌리의 힘으로 번식하는 다년생 화초들이 피고나 진다. 마치 조숙한 아이와 늦된 아이가 어울려 사랑의 조화를 이루어 내듯이, 다년생과 일년생 화초가 어울려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였다. 들판의 작물들도 제 영토를 확장 시키느라 어두운 지하에서 용트림하고 몸부림치며 물과 영양분을 빨아 올렸을 뿌리의 노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확고한 신념으로 제 자리를 지켜내고 우주만물의 신의에 보답하고자, 폭염과 비바람과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어디서 그런 열정이 쏟아져 나와 기하급수적으로 제 식구들을 번식시켰는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대지의 혼을 길어 올려 가슴심지에 불을 댕기는 순간, 급기야 폭죽을 터뜨리며 환하게 웃는 꽃무리여! 그 순간에도 정화수 한 모금 길어 올리느라 바짝 긴장을 하는 뿌리의 근면함이여! 원초적인 초자연의 모습을 상실해 가며 한낱 이상에만 머무르고 싶어 하는 나에게‘침묵의 집중력을 내려놓으면 생명줄 끊어지기는 너나 나나 마찬가지 아니겠어?’라며 인생의 우둔함과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 같다. 한번 가면 그 그림자도 만나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기다려 봄직한 봄날이 쉬 온다고 자만을 하나 보다. 다음해를 기약하는 뿌리의 기도를 믿고 있는 저들만의 자부심인가 보다.
 나는 전원생활을 시작하고서야 우주의 섭리를 조금씩 깨달으며 알게 된 점이 참 많다. 그 중 하나가‘No action, No creation’행동이 없으면 창조도 없다는 사실이다. 뿌리의 신념은 이상이 아니라 액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나무는 뿌리가 뻗어간 경계까지만 제 가지를 허락하여 자신의 영역을 견제하는 점도 알게 되었다. 아마도 기온과 날씨와 바람의 강약에 적응할 수 있는 한도에서만 자신의 지체를 허락하는 뿌리의 겸손일 것이다. 질풍지경초(侄風知勁草) 바람이 불 때라야 강한 풀을 알 수 있듯이~ 바람이 불 때 줄기와 꽃의 흔들림을 세심히 살펴보노라면 대지에 묻힌 뿌리의 힘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생의 뿌리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진솔함과 성실함과 인내심을 소유하도록 뿌리의 힘을 배우는 것이 마땅하다. 삶의 뿌리가 형성되는 유아기나 초등단계에 열정의 생명력으로 분투하는 뿌리의 힘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아이의 내면에 생긴 장애나 문제를 극복할 방안을 찾는다면, 오감으로 터득할 수 있는 텃밭이나 꽃밭 가꾸기를 권유하고 싶다. 아이는 한 가지의 열매가 달리거나 한 송이 꽃이 피어날 때마다 자신감과 행복감에 젖어 탄성을 지를 것이기 때문이다. 오뚝이처럼 액션하는 뿌리의 강점을 배워서 튼실한 아이들로 자라야 할 것이기에 그렇다. 시샘, 분쟁, 갈등, 질책, 모략 등을 알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인 미래를 향하여 올곧은 인생관을 소유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전원 교향곡을 완주하는 생육의 여름 아침을 맛볼 수 있도록, 인성 형성에 유익한 전원의 체험을 부각시켜 줌이 참 지혜이다.
 나는 간간히 배회하는 바람을 초청해서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어찌해서 요염하게 춤만 춘다고 해서 한 송이 꽃이 주연에 빛나야 하는지를… 출혈의 아픔을 감추고 분투하는 뿌리의 진가가 조연에 머물러야 하는지를…’이 아름다운 조물주의 영상 속에서도 오직 주연이 되고파 안달하는 인생들의 모순과 철면피 같은 내 자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오로지 순리와 질서와 자연의 법칙을 지켜가며 무릉도원을 꿈꾸고 있는 뿌리의 존재감. 그 조연의 힘이 얼마나 아름답고 위대한지를 체감하였기 때문이다. 우주의 섭리와 뿌리의 교훈을 일러주던 6월이 미련없이 7월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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