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무슨 일인가 생겨난다. 한 달 전 5월 중순 하늘이 흐린 날, 오후 3시 음악방송을 마치고 아래층 <쉼터>로 내려 가니, 전통시장 쉼터가 독서를 하는 <북카페>라는 것을 보여 주듯 고상한 분위기의 여자 두 분이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으시네요?” “북 카페 잖아요?” 아, 내가 왜 이러케 이런 영양가 없는 질문을 해쓰까요. 왜 그래쓰까요. 입구에도 버젓이 <북카페>라고 씌여 있는데, 에고~! 돌00리, 천치, 밥통~! @#$%&% (-_-;;) 독서하는 우아한 모습에 반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다시 대화를 시도했더니 <선거관리 위원회>에서 나왔다고... 잠시 차 한 잔 마시는 시간도 금쪽같이 쪼개서 독서를 하는건 좋지만 그래도 그렇지 나하고 이야기 좀 나누어 주면 어디가 덧나나요? 민망한 마음에 뒤돌아서서 혼자 궁시렁 궁시렁~ 그런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선 독서하는 모습을 많이 그린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르느와르의 그림 한 점이 떠올랐다. <책 읽는 여인>
또 그 날 방문했던 손님 중엔 용인에서 출장을 나온 고속도로 순찰 팀의, 날씬한 큰 키에 긴 생머리를 늘어 뜨린 소녀 같은 이은영 과장도 있었는데, 책들을 둘러보면서 “어쩜 이렇게 이쁜 장소가 있나요?” 탄성을...(^_^) 모자 쓰고 몇 송이 꽃만 꽃으면 천경자화백의 그림에서 튀어 나온 듯 개성 있는 마스크라고 하니까 호호~ 웃자, 지(知)적인 얼굴에 차가운 인상이 순간 펴지면서 활짝 핀 매화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사람들은 웃으면 다 이쁘다” 라던 쿠알라룸푸르에 사는 사진작가인 친구 <헤랄드.W.K>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쉽게 이뻐지는 방법을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 그래, 나도 좀 이뻐지자. 이뻐져서 남 주나?♬
누구에게나 애청곡이 한 두곡 정도는 있을텐데 내게는, <미스터 커피>와 <달콤 쌉싸름한 탱고>라는 곡이다. “신은 죽었다” 라고 주장해서 유신론자들을 경악하게 했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음악의 여신이 말로써만 음악을 했다면 사람들은 귀를 막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마음이 허전한 날, 또는 날씨가 흐린 날 멜랑꼬리한 분위기가 만들어 지면,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타악기와 예민하게 반응하는 바이올린의 소리가 어우러진 <미스터 커피>, 발뒤꿈치 들고 조용하게 다가서는 타악기와 풍부하고도 낮게 깔리는 첼로, 그리고 생동감있는 피아노의 <달콤쌉싸름한 탱고>를 계속 들으면 복잡한 머릿속이 시원하게 비워진다. 그날은 왜 그런지 쉼터를 찾아 준 아름다운 손님들과 함께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잠시 머물던 그들은 예쁜 <북카페>에 다시 오겠다는 고마운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그러나 언젠가는 <미스터 커피>와 <달콤쌉싸름한 탱고>를 같이 들으며 영혼의 티끌을 털어 내는 듯 한 음악을 듣고,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한 번쯤은 만나는 마법 같은 순간들도 쉼터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매력적인 사건은 긴 여운을 남기는 법. 그 후, 지난 주 금요일엔 충북방송 <소행성..>팀에서 전통시장 촬영을 나왔는데 동안(童顔)의 김우식PD, 훤칠한 훈남 이철 카메라 감독, 미모의 이민정 방송작가, 노랑머리에 개구쟁이 같은 서금희 MC까지 네분이서 방송실로 기습 출몰. 함부로 생긴 내 얼굴 TV에 내놓기 싫다니까, 살짝 뽀샵 처리해 예쁘게 만들어 주겠다는 김PD의 말에 홀딱 넘어가, 유튜브에서 음악을 선택한 후 mp3 파일로 변환시켜 윈앰프로 내보내는 광경을 촬영했다. 개구쟁이 같은 명랑한 금발머리 MC는 얼마나 사람을 유쾌하게 만들던지 작은 고추가 맵다고 그녀는 역시 프로~! 방송 촬영이 있는 줄 미리 알았다면 귀여운 MC의 환한 머리색깔처럼 나도, 밝은 초콜릿 색깔로라도 멋을 냈을텐뎅~!@.@
때로 신나는 노래가 나가면 시장골목에선 즉석 댄스팀이 만들어 지곤 하는데, 그날도 전통시장 명사 박창숙 부녀 회장님은 맛깔스런 반찬 맛에 반한 노랑머리 MC와 <남행열차>노래에 맞추어 시장 통로에서 신나게 막춤을 추셨다네요. 6월 25일부터 2주간 계속 방영이 된다는데 전통시장 하일라이트는 역시 막춤이 아닐런지...ㅋㅋ 인생은 생방송이라 실수를 해도 편집을 할 수 없어 애가 탄다고 어떤 가수는 노래하길, <사랑을 할 적엔 연필로 쓰세요~♬ >
전통시장 음악방송 DJ는 사흘이 멀다 실수 연발을 하고, 각본도 없고 연출도 없는데 리허설이란 있을 수 없는, 1년 내내 전통시장은 서민들의 애환 드라마 생방송 진행 중, On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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