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에 대학 건립?…합리적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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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에 대학 건립?…합리적 고민 필요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8.05.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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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
폴리텍대학 ‘보은캠퍼스 건립’ 건축비 분담에 답보

삼승면 보은산업단지 내 한국폴리텍대학 보은캠퍼스 건립.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9년 캠퍼스 건립 뒤 2020년 3월 개교할 목표였다. 하지만 ‘건축비의 30% 지방비 부담’이란 벽에 막혀 얼었다. 보은군은 2014년 영천, 파주, 밀양, 서천 등 다른 지자체 4곳과 함께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폴리텍대학 건립 공모에 선정됨에 따라 한국폴리텍대학 보은캠퍼스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폴리텍대학 학교법인의 추진계획에 따르면 보은캠퍼스는 2015년 타당성 부지를 확정하고 2017년까지 공공건축 사업계획 사전검토 및 디자인 공모와 건축설계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이어 2019년까지 약2년간 건립공사를 거쳐 2020년 3월 개교가 목표였다. 타당성 검토용역 결과 3개학과 270여명의 학위과정 기능사를 위한 단기반 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공모에 당선된 이후 보은산업단지 내 7만7950㎡(2만3579평)를 학교부지로 전환한 보은군은 보은캠퍼스가 들어서면 보은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산학협력이 가능하고 산업단지 분양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산 부담 문제가 튀어나오며 사업 추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정부는 폴리텍대학의 난립을 막기 위해 새로 캠퍼스를 조성할 경우 사업비의 30%를 지방비로 분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직업훈련시설 설립 및 심의규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학 측은 이 규정을 근거로 보은군에 이행을 약속하는 확약서 제출을 요구해와 보은군은 심사숙고 끝에 지난해 4월 확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93억 원으로 추정되는 사업비 중 148억 원(30%)을 부담하겠다는 약속이다. 군은 이 약속을 하며(부지제공 포함하면 총225억원 투입) 충북도 지원을 고대하고 있다.
이에 지난 1월 보은군을 순방한 이시종 충북지사가 보은캠퍼스 지방비 분담 요청에 대해 말했다. “폴리텍 대학 문제는 여러 가지 검토가 되어야 할 사안이다. 원래 100% 국비가 지원되는 것을 전제로 박덕흠 의원이 따낸 사업이었다. 그런데 지방비 일부를 부담시켜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도의 경우를 보면 땅값을 시군이 부담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 있고 지방비 부담금의 30%를 도에서 부담하는 경우는 다른 시군에는 아직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은군과 이 문제를 놓고 여러 번 얘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좋은 방법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보은군과 협의해 가급적 되는 방향으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그러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대학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과연 입학생들이 기대하는 것만큼 오겠느냐하는 문제는 보은군에서 전적으로 잘 판단해 충분히 학생을 수용할만한 여건이 된다하면 도에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웃한 영동대학의 경우 두해 전 교명변경(U1대학교)을 둘러싸고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과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영동군수는 “22년 동안 150억원이 넘는 군의 지원을 받아온 영동대가 아무런 협의 없이 교명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학교의 중심을 아산캠퍼스로 옮기기 위한 수순밟기”라고 성토했다. 영동대학으로 인한 갈등은 가라앉았지만 이면에는 결국 소도시가 처한 절박한 상황, 학생 수급의 문제가 투영돼 있는 것이다.
보은군은 '낙후지역'으로 분류돼 충북도 균형발전 특별회계 지원을 받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추진되는 3단계 사업에는 253억원이 투입돼 복합문화시설 건립, 한옥마을 조성, 속리산휴양관광지 조성 등이 포함됐다.
충북도는 이들 사업 중 복합문화시설 건립계획 대신 해당 예산(71억원)을 폴리텍대학 유치에 쓰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은군은 “복합문화시설은 속리산 관광 활성화 계획에 따라 구상됐다. 군의회 승인까지 났다. 전략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보은군은 폴리텍대학 측에 분담금액이 100억원 이내가 되도록 사업규모를 350억원 아래로 줄여달라고 건의했다.
충북도와 보은군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영천 캠퍼스는 착공을 눈앞에 뒀다. 파주, 밀양, 서천 캠퍼스는 실시설계 중이거나 설계비가 반영되는 등 속도가 붙고 있다. 자칫 보은캠퍼스만 낙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학령인구 급감
대입역전 걱정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에 학생이 줄고 있는 지 오래다. 이른바 인구 절벽 현상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고교 교실의 학생은 눈에 띄게 줄었다. 내년 치러지는 2020학년 대학입시부터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하는 대입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 교육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2년 뒤인 2021학년 대입에서는 대입 정원이 고졸자 수를 9만 명이나 초과, 신입생을 채우지 못해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정부도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통해 현재 61만 명 수준인 고교 졸업생이 10년 후 45만 명으로 급감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2016년 61만 명 수준인 고등학교 졸업생이 2026년에는 지금보다 16만 명이 적은 45만 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며 특히 2024년은 고등학교 졸업생(40만명)이 가정 적은 해로 2016년 대학정원(52만명) 대비 12만 명이 적은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령인구 감소로 미달 사태가 발생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그 여파는 지방대학의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보은군에 특수대학이긴 하지만 대학 건립이 필요한가라는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보은군수 선거 출마자들은 대학 건립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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