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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죄가 있다고 판결하라
[1376호] 2018년 05월 03일 (목)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쿠바가 지금의 사회로 자리매김 하는 대는 백년 투쟁의 긴 터널을 거쳐야했다.
“내게 죄가 있다고 판결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고 개의치 않는다. 결국 역사는 나를 무죄로 선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의 혁명가로 유명한 체 게바라보다 먼저 혁명운동을 벌인 피델 카스트로가 법정에서 한 마지막 발언이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든 서양이든 제발 역사는 진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협상이란 주거니 받거니 합의를 하는 것이지만 우리 민족의 한恨이 된 을사보호조약처럼 당시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입맛대로 협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 맞서 독립을 주장한 혁명가들의 주장은 누가 봐도 참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다. 당시 뉴욕타임즈 기자는 카스트로를 두고 <애국심을 지닌 혁명가이자 사회민주주의자>로 게재했다. 이로 인해 쿠바혁명은 국제적인 이목을 끌게 되었다. 당시 혁명세력은 이데올로기보다는 미국의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권력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링컨의 공식에 부합한다고 여겼다. 카스트로는 병사들의 장례식장에서조차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사람들에 의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혁명” 이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적이고 민주적인 혁명이라며 재강조 하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공산주의였다. 사회주의적이고 민주적인 혁명.
내가 생각하는 혁명이란 적어도 거듭나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인간의 체제란 그리 이상적이지가 않다. 뿌리를 송두리 채 뽑든 새로운 인간 형성을 꿈꾸든 간에 결국 승리한자가 정당성을 얻는다. 이들의 혁명은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성공하는 것처럼 잘 나갔지만 소련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날갯죽지가 힘을 잃었다. 혁명의 환희, 조국에 대한 열망, 카스트로의 질풍노도 등 역동성이 넘치던 체제는 점점 온건파가 뒤로 물러나고 중산층 출신의 급진파가 고위직을 독점하는가하면 노동자와 농민들은 부차적인 역할이 된다. 이것이 평등을 앞세운 사회주의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카스트로의 체제를 두고 “미국의 몸에 박힌 가시일 뿐 심장을 겨눈 단검이 되지는 못한다.”라고 말했다. 정계에서는 쿠바를 두고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의 혁명이 아무리 강경하고 소련의 영향력이 있다 해도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첫 번째 이유가 경제력이다. 이미 쿠바의 사탕수수 플랜태이션의 절반과 제당공장의 75%를 미국인이 소유하고 있었으니 혁명세력의 주권 회복은 미국인들의 기득권과 상충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혁명이지만 결과는 고위직을 독점하는 중산층과 노동자의 격차만 리얼하게 드러났다. 가난한 사람은 그냥 철저하게 가난하게 살아야 되는 사회주의가 되어야 했다. 아주대 박구병 교수는 오늘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한반도 남쪽의 국민들은 저명한 철학자 장 폴 샤르트가 “우리 시대 가장 완벽한 인간” 이라고 극찬한 체 게바라의 <불가능한 꿈>이나 리얼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카스트로 형제의 출중한 현실 대처는 ‘능력’이란 단어의 뜻을 진지하게 되새기도록 촉구하는 사례가 될 만하다. 쿠바혁명이 지금껏 강조해온 능력은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한국사회에서 회자 되는 ‘능력’과 딴판이다. 햇볕정책이 요원한 가운데 코앞의 세계 최강대국이 50년 이상 교역을 봉쇄하는 역경과 외압을 버텨내는 능력, 오랜 기간 내핍생활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상상하며 가난한 아바나를 생태도시로 가꾸는 능력, 혁명의 창업주 체 게바라를 본받아 세계의 외진 곳을 다니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바 의사들의 헌신 등 이런 능력의 가치에 주목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남쪽에 만개하고 있는 사의취리捨義取利의 현실이 역사의 진보일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말씀하신 박교수의 우려를 나도 공감한다. ‘능력’, 외교든 경제든 제발 미래지향적인 정책 연구에 쏟아주면 좋겠다. 조선시대보다 더 유치한 보복정치에 왼고개짓을 하면서 제대로 된 진보의 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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