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례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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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례사의 이야기
  • 이영란
  • 승인 2018.03.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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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살아가는데 첫 번째의 일은 정말 중요하다. 출생, 첫 돌, 첫 입학, 첫 직장, 그리고 평생을 함께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검은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참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배우자를 맞이하는 결혼은 일륜지 대사(人倫之 大事)임에 틀림없다. 내가 자식 혼사를 치룰 때는 어떤 주례사였는지 잘 생각이 안 나고, 대부분의 결혼식에서는 신랑 신부만 보고 점심 먹고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혼주에게 예의 없는 행동이며 축하의 마음을 날려 보내는 행동이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서울에서 거행된 결혼식장을 가게 되었다. 결혼식 주례사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하신 흰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 표정은 인자한 성직자 같은 느낌이 나는 분이셨다. 교육을 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가끔은 신랑 신부에게 확답을 요구하는 여유도 있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배려의 마음을 아주 쉽게 이야기 했다.
 가정은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대가족형태가 많아 가정에서 중요한 일은 제일 어른이신 조부모의 지혜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급속하게 소가족 형태의 가정이 많아 진 요즈음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해결자의 중심도 바뀌게 되었다. 즉 부부가 모든 일을 상의하고 협력하여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즉 부부를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부모님을 존경하는 가정이다. ‘효’라는 행동을 실천하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부부 중심에서 부부 다음으로 부모를 생각해야 한다. 난 둘째며느리이기에 시모님과 한 집에 살 기회가 짧았지만, 형님은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한 집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같이 사셨다. 어쩌다 큰댁을 가면 형님은 가정과 직장의 일을 메주알고주알 모든 것을 어머님께 말씀드리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결국은 형님의 의견대로 가정 일을 결정하지만 자식에게 부모님을 존경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효’의 행동이다
 자식을 사랑한다.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겠지만 요즈음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 등을 보면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경제적으로 살기 힘들다 하여 동반 자살을 하는 부모, 얼마나 힘이 들면 아이들을 시설에 보낼까마는 너무 쉽게 결정하는 양육 포기,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다하여 자녀들을 폭행하는 아동 학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자유를 주지 않고 부모님 마음대로 하는 형태들은 우리가 되돌아 볼 문제들이다.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다. 독립심과 인성이 융합된 지혜로운 인간으로 자라기 위해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
 형제의 정을 키운다. 얼마 전 유치원 선생님이 하소연 한 이야기다. 학급에 많은 돈을 들여 새로운 놀이 기구 및 학습 자료를 샀는데, 사용 할 수 없어 너무 슬프단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형제자매가 없거나 1-2명인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모든 물건을 자기 것으로 알고 좋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려고 해 싸움이 벌어져 도저히 사용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형제간의 정과 양보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중요한 기초집단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친구의 우애를 지키며 같이 살아가야 한다. 친구란 같은 또래 집단으로 생각을 공유하며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금싸라기 같은 존재이다. 부부가 중심이 되어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을 사랑하며 형제간의 우애와 친구간의 의리를 지키는 삶은 정말 멋진 인생이다.
새 신랑 신부에게 주례사님의 삶을 비추어 이야기 한 주례사가 지금도 잔잔하게 가슴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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