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문학제 집행위원장 자격논란에
집행위원장 사임, 보은문학회장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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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문학제 집행위원장 자격논란에
집행위원장 사임, 보은문학회장 사퇴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8.03.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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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될 것 같았던 보은문학회 내부갈등이 가라앉았다. 보은이 낳은 천재시인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주도할 집행위원장 자격을 놓고 파열음을 노출시킨 보은문학회가 논란 한 가운데 선 집행위원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한데 이어 불씨를 지핀 보은문학회 회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현재로선 보은문화원이 전면에 나서 새 집행위원 구성 등을 집도할 것으로 보인다.
보은문화원은 보은군 회인면 출신이자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 시인(1918∼1951)을 기리기 위한 ‘제23회 오장환문학제’를 오는 10월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오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그의 작품 등을 망라한 전집(全集) 발간과 함께 다양한 문학 행사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장환문학제 집행위원장을 문단에서 친일문학상이라고 비판받는 ‘미당문학상’ 수상자인 A시인으로 내정하면서 자격 논란이 일었다. 친일 시를 쓰지 않았던 오 시인을 기리는 문학제 집행위원장을 친일 문학인 가운데 일제를 찬양했던 서정주 시인의 문학세계를 계승하기 위해 만든 ‘미당문학상’ 수상자에게 맡기는 게 이치에 맞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오 시인은 시집 ‘병든 서울’을 출간할 당시(1946년) 미당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를 향해 친일파라고 비판하는 등 절대적 대척관계였던 문학인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친일문학상을 문단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로 여기는 문학인 사이에 SNS와 언론매체를 통해 논란이 일었다.
집행위원장 자격 논란이 확산되자 보은문학회는 지난달 28일 보은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보은문학회 회장에게 내부 갈등으로 비쳐지게 한 책임을 물어 ‘회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회원 만장일치로 권고했다.
논란의 점화자로 지목된 보은문학회 회장은 이와 관련 “회원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어 아픔을 겪지만 회장이 회원들과 상의하지 않은 점에 대한 불만이 이날 제기됐고 사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회원들의 뜻을 받들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A시인은 자격 논란을 빚어지자 집행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집필에만 전념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다음은 보은문학회장의 말이다.
“논란을 일으킨 미당문학상 수상자의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장(집행위원장) 선임 계획은 철회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인께서 견해를 밝혔고 그의 의사에 따른 결과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오장환문학제와 오장환문학상을 운영하면서 나타난 문제점까지 해결된 건 아니다. 고치고 보완해야할 문제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오장환문학상은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주관사가 바뀌었으니 기대를 해본다.”
이 소식을 접한 보은문학회 총무는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작년 말 결산자리에서 강권하다시피 해 A시인에게 집행위원장을 떠맡겼다. A시인이 물러나는 것은 받아들 수 없지만 A시인과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고 결의였다. 너무 부당하고 너무 억울하다. 오장환문학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새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오장환문학제를 좀 더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면(회장 물러나고 새 위원장에서 회장은 배제) 저희들은 받아들인다.”
행사 주최 기관인 보은문화원측은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했고 보은문학회장도 사퇴의사를 밝혔다면 보은문화원장이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문학인들과 머리를 맞대 잘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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