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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 공옥진
[1361호] 2018년 01월 11일 (목) 오계자 (소설가) webmaster@boeuni.com

자신의 망가진 모양새를 내놓기 싫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특히 여인들은 흐트러진 모습을 더 감추고 싶어 한다. 대물림으로 예인의 집안에 태어난 공옥진님 또한 여인일진데 어찌 곱사등이에 사팔뜨기가 되고 싶었을까. 대중을 즐겁게 해주고 싶은 그 끼도 끼지만 못생긴 곱사등이의 처절한 한을 풀어주고픈 예인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비록 몸이 불편하지만 이렇게 한을 풀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병신춤을 두고 “서민들은 농악을 치고 춤을 추는 가운데 양반의 위선을 풍자하고 모욕하는 의미에서 이 춤을 추었다.” 라고 되어있고 언젠가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누군가가 병신춤 동영상을 올려놓고는 거기에 이런 제목을 붙여 놓았다. (Korean hateful tradition mimicking handicappers) ‘장애인을 흉내 내는 한국의 혐오스러운 전통’이라고.  예쁘게 입고 예쁜 춤을 추어야 예술일까.
얼마 전 이애주 서울대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잠시 교수님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어서 질문을 했다.
“교수님 6월 항쟁 때 거리에서 한을 푸신 그 춤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그 몸짓과 표정이 하도 절절해서요. 누군가의 권유로 나가셨나요, 아님 자발적인가요?”
“저요 누가 오란다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사람 아닙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그곳엔 내가 필요하다 싶을 때 어디든 갑니다. 같은 한을 품은 국민들의 아우성에 나도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었지요.” 라고 하신다.
“그러시다면 그것은 춤이라 기 보다 창작이 아닌 즉흥적 감정의 발산이군요.” 여쭈었더니 바로 그것이란다. 창작도 아니요 계획했던 몸짓도 아닌 즉흥적인 감정의 발산. 이글거리는 가슴의 한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구나, 우리들이 화가 나서 소리 지르는 것이나 슬퍼서 질러 우는 행위처럼 몸으로 통곡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날의 그 몸짓과 표정은 뉴스시간에 화면으로 잠시 보았지만 일그러진 우리들의 정서였다.
예술은 찬미하는 표현보다 저항성 철학성이 깃든 표현일수록 무게를 느낀다.
민족의 한을 풀기위해 뛰어든 춤꾼 이애주님과 서민애환의 주제가 되는 공옥진님의 병신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타고난 끼와 열정이다. 특히 공옥진님의 병신춤은 단순한 병신 흉내가 아니라 곱사등이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 몸짓 표현이다. 누가 곱사가 된 병신의 한을 몸짓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온몸과 영혼에 예술의 끼가 배어 있는 그분만이 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징용으로 끌려간 아버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일곱 살 어린나이에 일본으로 팔려간 공옥진은 하인으로 살다가 또 팔려가고 열 살에 최승희 무용가 밑으로 가게 되었단다. 온갖 수난을 다 겪으며 춤꾼이 되었지만 그분이 무형문화재가 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인의 하인이었다는 것이라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 또 다른 이유는 병신춤이 창작이 아니라 모방, 즉 병신의 흉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내가 보잘 것 없는 시골아낙이지만 무언가 크게 잘못된 건 아닌지, 진지하게 예술을 아는 분들이 심사를 하는지 화가 났다.
고통으로 경련하는 한 많은 신체의 히스테리를 격렬한 몸짓 발작을 통한 카타르시스. 즉 억압 된 감정의 응어리나 상처를 발산함으로서 강박관념을 없애고 안정을 찾는 것, 이것이 병신춤이 베푸는 위안이요 안도감이다. 아무리 봉건적인 사고방식에 물든 심사위원들이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타고난 예인의 끼를 발산하는데 그의 불우한 과거사로 인해 소외 당해야하며 심오한 춤의 의미를 단순한 흉내로 보았을까.
답답하다.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올바르고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랄 수 있으랴만 그래도 예술분야나 교육관계 쪽만은 속된 세상물에 젖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니 좋겠다가 아니라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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