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한 단심을 그 누가 알아줄까 : 爲國丹心 / 해몽 전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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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한 단심을 그 누가 알아줄까 : 爲國丹心 / 해몽 전봉준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8.01.0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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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42】

민중의 애환을 하나를 등에 업고 일어섰다. 한국 근현대사 중에서 가장 극적인 것을 꼽으라면 동학농민혁명 또는 그 운동을 이야기한다. 낫이라는 생명을 위한 도구로 마름(소작지 관리인)과 지주를 죽이고, 탐관오리를 죽이고, 결국 민중의 손으로 임금을 바꾸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려 했던 실패한 혁명, 그 혁명에 관한 이야기다. 1894년에 전북 정음 고부에서 봉기한 전봉준이 1년여의 지루한 봉기 말미에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좋은 때 만나면서 온 천지 힘 합쳤더니
영웅도 운이 대해 도모할 길 막막해라
백성을 사랑하는 의(義)로움 그 누가 알아주리.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시래천지개동력    운거영웅불자모
愛民正義我無失    爲國丹心誰有知
애민정의아무실    위국단심수유지

나라를 위한 단심을 그 누가 알아줄까(爲國丹心)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해몽(海夢)인 녹두장군(綠豆將軍) 전봉준(全琫準:1855∼1895)으로 조선 말기 동학농민운동 지도자다. 태인 전투를 끝으로 수행원 몇 명과 입암산성에 들어갔으나 김경천의 밀고로 체포되어 41세의 일기로 처형된 유일한 유시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때를 만나서는 천지가 모두 힘을 합치더니 / 운이 다하매 영웅도 스스로 도모할 길이 없구나 //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세움에 잘못이 없었지만 / 나라를 위한 단심을 그 누가 알아줄까]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국가를 위하는 곧은 마음]으로 번역된다. 동학은 동쪽의 학문이며 서쪽의 학문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1894년, 19세기말 유럽은 산업혁명 시기에 서세동점의 풍전등화와 같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호시탐탐 조선을 넘보는 외세와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조선의 유교적 국가질서도 서슬퍼렇던 양반의 권세도 근대식 서양무기와 기술력 앞에 무너지고 백성의 안위 따위는 돌보지 않았다. 동학은 이 때에 몇몇 뜻있는 양반과 깨어있던 양인들이 모여 나라를 지키고 백성의 안위를 지키자는 보국안민의 정신으로 무섭게 교세를 확장했다. 처음엔 구부 군수 조병갑을 척살하자는 뜻에서 일어난 봉기다.
시인은 기세 등등하던 의가기 꺾이면서 체념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스로를 영웅으로 자처하고 큰 일을 도모하려고 했지만,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한 단성이라고는 했지만 그 마음 알아주는 이가 없다고 한탄한다. 떠오른 해와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산 역사의 교훈의 전형이다.
【한자와 어구】
時來: 때에 오다. 때를 만나다. 天地: 천지. 皆同力: 모두 힘을 합치다. 運去: 운이 다하다. 英雄: 영웅. 不自謀: 스스로 도모하지 못하다. // 愛民正義: 백성을 사랑하고 의로움을 바로 세움. 我無失: 내 잘못은 없다. 爲國: 나라를 사랑하다. 丹心: 일편단심. 誰有知: 누가 알아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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