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조의 구애求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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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조의 구애求愛
  • 소설가 오계자
  • 승인 2017.12.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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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때문에 슬퍼진 새, 아름다움 때문에 다리를 잃은 새, 극락조의 슬픈 사연이다. 큰 극락조의 환상적인 깃을 탐낸 인간으로 인해 수없이 많은 극락조 수컷들이 학살을 당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단다. 또한 뉴기니 부족민들이 극락조를 사냥해서 팔 때 다리를 잘랐는데 상품가치가 있는 깃털의 아름다움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유럽인에게 다리 없는 새로 알려진 슬픈 극락조의 박재를 즐겼다고 한다.
오늘 큰극락조의 구애장면을 화면으로 보면서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온 정성 다해 춤을 춘다. 하도 질러대는 노래 소리가 강렬해서 처절하기까지 하다. 사람이 큰 위험에 처했을 때 지르는 비명소리를 닮았다. 나는 저렇게 간절하고 적극적으로 몸 바쳐 사랑을 해본 적이 있던가, 받아본 적이 있던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뒤늦게 짝사랑이라도 좋으니 영화 같은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저렇게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짝을 이루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행복이지 싶다.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큰극락조의 깃털과 몸짓은 암컷의 응답을 원하는 구애라기보다 이 생명 다 바쳐 나라를 구하겠다는 불타는 애국 청년의 외침이요 몸짓을 닮았다. 오직 사랑을 위해 저렇게 몸과 영혼을 바친다는 것은,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우리 세대는 절대 할 수 없는 행위다. 할 수 없었고 해보지 못한 장면이라서 더 해보고 싶고 부러운 장면인지도 모른다.
솜사탕보다 더 부드러울 것 같은 샛노란 속 깃을 바르르 떨면서 우아하게 큰 날개를 펴서 손짓하는 큰극락조의 자태에 어찌 현혹되지 않으랴. 한참 동안 지켜보던 암컷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갸웃갸웃 요리조리 얄밉도록 살피다가 홀짝 날아가 버리는 게 아닌가. 보는 내가 어찌나 서운하고 얄밉던지 “너 아니라도 암컷은 많아!” 소리 지르며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었다. 허나 수컷은 더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며 구애를 한다.
구하면 얻게 되는가보다. 드디어 암컷이 또 다가왔다. 조곤조곤 주둥이를 맞대고 뺨을 맞대더니 마치 싸우는 것처럼 부딪기도 하면서 두 극락조의 사랑이 이루어진다. 화면을 통해 보면서도 내가 애를 태운 것은 수컷의 구애가 강렬하면서도 속깃의 바르르 떨림이 하도 애잔해서 나도 모르게 수컷의 편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은 깃을 활짝 펴고 애를 태우는 그 순간을 틈타서 사냥을 했다고 한다. 그 순간 깃이 제일 아름잡다는 이유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잔인성에 소름이 돋는다. 
요즘 젊은이들의 프러포즈는 얼마나 진심이 담겼는가라는 생각보다 아이디어가 좋고 이벤트를 특별하게 하면 감동을 받아 곧장 마음을 여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벤트 회사에 의뢰하기도 한단다. 조금은 어설퍼도 이 생명 다 할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내는데 집중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충격적인 말에 놀란 적이 있다. 남자 대학생들이 너더댓 명 있는 자리에서 결혼을 전재로 사귄다면 어떤 스타일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외모, 성격 등 여러 답변 중 한 학생이 “외모는 만들면 되는 세상이고 성격은 고쳐가며 살면 되잖아요, 나는 아파트 사줄만한 능력이 있는 부모가 있으면 OK예요.” 듣고 있던 어른들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생각해보니 오히려 허황된 상상보다는 현실적이고 실속 있는 희망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허나 내 생각은 다르다. 아파트를 받을 만한 자신의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말일까. 아님 평생 살면서 아내에게 아파트 값을 치룰 것인가. 설마 허황된 공짜 바람은 아니겠지.
사랑을 위해 혼을 태우는 큰 극락조와 사랑보다는 챙기기에 급급한 그 학생 중 우리는 어느 쪽에 기울며 살고 있는가. 그 남학생이 과연 살면서 사랑이 싹트고 행복을 키울 수 있을까. 살아가기 보다는 영혼 없는 생존. 메마른 생존. 처가에 기죽어 맛없는 생존이 되는 것은 아닐까 무의미한 염려를 하면서 오늘은 내가 살아 왔는가 그냥 생존 되어 있는가 극락조의 구애처럼 삶에 열정이 있었던가, 내 삶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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