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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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들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7.11.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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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분쟁을 종식시키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큰 싸움판이라도 내가 가서 몇 마디 말로 설득하면 싸움은 바로 종식이 됩니다. 이 분쟁종식 기술을 국가 문화재로 지정해 주십시오.”하는 진정서가 문화재청에 접수된 일이 있었다. 그 진정서를 보고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담당자는 그런 기술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사항은 아니라고 전화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는데도 기어코 문화재청장을 만나봐야겠다고 고집한다고 했다. 그 사람 때문에 과업무에 지장도 있고 해서 “정, 그렇다면 한번 올라오시면 만나서 설명을 해드리겠다”고 했고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충청도의 어느 중소도시에서 사는 건강하게 생긴 그는 보기에 아주 멀쩡한 사람이었다. 직접 만나봐도 역시 고집센 그를 설득하는 일이 담당자나 계장 선에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과장인 내가 직접 나섰다. 아무리 황당한 이야기라도 일단 들어보고, 또 이참에 그가 과연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지금까지 분쟁조정을 한 실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없고 자기가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다고만 말했다. 그때 마침 울산 현대조선소가 심한 노사분쟁을 겪으면서 전연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연일 방송을 시끄럽게 하고 있던 때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런 때가 바로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 큰일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빨리 울산으로 내려가서 노사분쟁을 해결해 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국가를 위해서도 좋고 개인적으로도 큰 실적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귀띔해 주었다. 내 말을 듣더니 잠시 동안 말없이 떨떠름하게 앉아 있었다. 그렇게 돌아간후 그 사람이 울산에 내려갔다는 연락도, 그에 의해서 노사분규가 해결되었다는 소식도 없었다. 그렇게 그 일은 끝이 났다.
 소위 ‘인간문화재’가 문화권력의 하나로 부상이 되니까 너도 나도 그것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즈음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종목도 많아서 흔한 것이 ‘인간문화재’다. 원래 ‘인간문화재’라는 말은 사람이 가진 기ㆍ예능이 문화재이지, 사람이 문화재일수는 없기 때문에 정당한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문화재’라는 용어에 매력을 느낀 경남 고성의 어느 예능보유자는 ‘인간문화재’라는 말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무형문화재 지정제도의 초기에는 단체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자를 보유자로 인정한 경우가 많았고 그도 그런 부류 중의 한 사람이었다. 욕심이 많고 무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 무리수 때문에 자신을 망치기 마련이다. 그 사람도 벌써 오래전에 그 단체에서도 밀려나서 소위 ‘인간문화재’에서 해제되고 말았다고 한다.
 또, 이와는 다른 내용이지만, 이런 사람도 있었다. 동성일가이며 나보다 연상이고 대학교수인 그는 친목회에서 총무일을 보고 있었는데 자기가 쓴 ‘기(?)’에 관한 책을 회원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하면서 자기 책에서 ‘기(?)’가 나온다” 고 했다. 우리는 받은 책을 쓰다듬고, 얼굴에 갖다 대고 혹은 코에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면서 “혹시 이책에 ‘기(?)’를 발산하는 물질을 발랐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서울에서 경찰서장으로 정년을 하고 나온 친족을 위시해서 몇 사람이 “그럴 리가 있느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고 나도 그럴 리가 있겠느나고 거들었더니 멀쑥해 하면서 안좋은 기색을 보였다. 나는 지금도 그가 한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기(?)’에 중독이 되어서 저 사람이 저렇게 되어 버렸나? 싶어서 불쌍한 마음까지 들었다. 어찌 세상에 이 같은 사람이 한 둘 뿐이겠는가! 그런 축에 끼어있다가는 똑같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 것 같아서 나는 곧 그 친족회에서 탈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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