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하루라도 벗이 없다면 : 夜宿薑山 / 초정 박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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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루라도 벗이 없다면 : 夜宿薑山 / 초정 박제가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7.09.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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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38】
오늘날에도 고개 숙여 배워야 할 선현의 문헌은 많다. 실학의 한 대가가 ‘외국을 배워야 한다’가 아니라 ‘외국 문화에서 배울 것을 찾고, 나를 변화시키는 통찰과 분석의 태도와 방법’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호소력도 듣는다. 그래서 형제도 마찬가지겠지만 벗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배울 것을 강조한다. 섬칫한 [北學議북학의]도 접하면서 사상의 호연지기를 만나면서, 벗이 없다면 양팔을 잃은 것 같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형제지만 기운을 나누지는 못했고
부부이기에 한 집에 살지 않을 수 있네
사람이 만약 벗이 없다면 양쪽 팔 잃은 게지.
兄第也非氣 夫婦而不室
형제야비기 부부이부실
人無一日友 如手左右失
인무일일우 여수좌우실

사람이 하루라도 벗이 없다면(夜宿薑山)으로 제목을 붙여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朴齊家:1750~1805)로 조선후기 4가시인이다. 시문 사대가(詩文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박지원에게 배웠으며, 이덕무, 유득공 등과 함께 북학파를 이루었다. 시, 그림, 글씨에도 뛰어났으며 저서엔 [북학의]가 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형제이지만 기운을 나누지는 못했고 / 부부라도 한 집에 살지는 않을 수 있네 // (그러나) 사람이 하루라도 벗이 없다면 / 마치 양쪽 팔을 잃은 것 같지 않겠나]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밤에 강산집에 자면서]로 번역된다. 17~8세기 조선은 극빈한 상황에서 부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소명 앞에 처해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변혁은커녕 기존의 체제만을 고집한 채 이를 거부한 사회적 풍조는 조선사회를 낙후시켰고, 근대사회의 비극마저 초래하였다. 이것이 실학을 낳은 원인이다. 어쩌면 실학자의 마지막 한 사람의 몸부림이라고 보아야할 것 같다.
시인의 실학사상 핵심은 “외국을 배워야 한다”가 아니라 ‘외국 문화에서 배울 것을 찾고, 나를 변화시키는 통찰과 분석의 태도와 방법’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시인은 한사코 인간 윤리의 기본을 부부와 형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화자의 입을 시인은 벗의 중요함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 시문의 벗이나 학문사상의 벗이 없다면 마치 양쪽 팔이 없다는 내용으로 빗대고 있다. 그가 4가시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학문의 벗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증거를 보이고 있는 더불어하는 작품이다.
【한자와 어구】
薑山: 조선 후기 4가시인(四家詩人:이덕무, 유득공, 유득공, 이서구)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서구의 아호. 兄第也: 형제다. 非氣: 긑은 기운이 아니다. 夫婦: 부부. 而: 그래서. 그래도. 不室: 한 집에 살지 않다. // 人: 사람. 無一日友: 하루라도 벗이 없다. 如: 같다. 手左右失: 좌우 손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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