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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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소나기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7.08.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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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더워 아래서 헉헉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온 하늘을 덮고 우르르 쾅광! 번개가 번득이면 뛰처나가 같이 미처 날뛰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이윽고 쏟아지는 쏘-나기! 아! 생각만 해도 그 시원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신비한 소나기도 있다. 상승기류의 단열팽창에 의해 생긴 물방울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모여 무거워지면 힘에 부처서 떨어지는 것이 비다. 그런데 왜? 하필 그날 그 시간에 때맞추어 소나기가 쏟아졌을까? 하고 생각하면 신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1995년 일제잔재 청산을 위해 경복궁 내에 총독부를 해체하던 때에 있었던 일이다. 소위 “조선총독부” 건물은 공중에서 보면 한자로 일본(日本)의 일(日)짜로 모양으로 생긴 웅장한 시멘트 건물로 우리민족에게는 치욕과 원한의 상징이었다. 국민여론에 따라 철거를 위해 1995년 광복절을 기해서 상징적인 첨탑을 다이아몬드 벨트로 자를 때였다. 그때 갑자기 경복궁 마당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다른 곳에는 전연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일제치하에서 원한에 사무친 한국인들의 한의 눈물이라고들 했다. 경복궁에서 오래 근무한 한 나이 지긋한 경비원이 나에게 다가와서 “왜놈들이 조선인들에게 참 못된짓 많이 했어요” 하면서 일제강점기에 자기가 본 일화를 이야기 해주었다. 서대문 사거리 근처 어느 대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들었다. 그 동네에 사는 한 소녀가 걸어가는데 느닷없이 일본인 순사놈이 소녀를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고 한다. 놀란 소녀가 순사의 뺨을 때리니 화가난 그 순사놈이 뺀지를 가지고와서 그 소녀의 생손톱들을 하나 하나 뽑았다고 한다. 소녀는 고통에 울부짖었고 그 후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했다. “그 아버지가 아직도 ××에 살아 있어요” 하면서 그때 본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모두들 그 순사가 무서워서 벌벌 떨고만 있었다고 했다. 기막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 없는 것이 제일 큰 설움이고 분노할 줄 모르는 국민은 남의 노예로 살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죽에 물탄식”으로 사는 무관심과 비겁한 자들의 집단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총독부 건물이 철거되던 날 경복궁 마당에 쏟아진 그 소나기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닌 듯 했다. 또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멕시코의 멕시코시 차쁠떼빽공원에 있는 세계적인 “인류학박물관” 앞에 서있는 뜰랄로크(Tlaloc)에 관한 일화이다. 멕시코 고대 인디오(인디안)들이 숭배하던 뜰랄로크(Tlaloc)는 큰 자연석을 깎아서 만든 개구리 모양의 기괴한 형상으로 비의 신, 또는 물의 신으로 통한다. 이것을 인류학박물관으로 옮겨오는 내내 큰 비가 내렸다고 한다. 비가 자기들의 신의 행차를 수행한 것인지, 아니면 스페인에 멸망한 아스떽인들의 원한의 눈물이었는지?
그러나 소나기는 지나가는 길손! 오면 반갑고 맞으면 시원하고 지나가면 또 무더위가 또 몰려오니 기다려지고 아쉬운 것이다.
지금은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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