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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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 김정범 내북면노인회장
  • 승인 2017.07.0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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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마을 끝에 자리 잡고 있어 비교적 한적하기도 하지만 주변에 느티나무 숲이 있어 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비둘기, 까치, 참새는 단골들로 이들은 주인의 허락 따윈 아예 아랑곳 하지 않고 언제나 제 멋대로 와서는 놀다 가곤 하는데 특히 뜰 앞의 잔디밭은 이들의 전용 놀이터로 서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시간을 약속 해 두었는지 아니면 사이가 좋지 않아서 마주치기 싫어서인지 이상하게도 함께 어울릴 때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새들이 찾아오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겠지만 이들이 자주 찾아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적하기도 하고 언제나 조용한 분위기에 이렇다 할 방해꾼이 없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 집은 구조가 진입로는 큰 길에서 50여m 쯤 떨어진 북 쪽으로 있어 출입구 현관 역시 북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거실은 반대로 남향이여서 커다란 창문으로는 밖을 훤히 바라볼 수 있는데 창 앞에 뜰과 잔디밭이 있고 그 위 언덕배기에는 쥐똥나무로 울을 만들고는 주목, 회양목, 소나무 등 몇 그루 나무를 심어 놓은 조그만 정원이 있어서 어쩌면 들새들에게는 제 집 동산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보는데 그래서 가끔 한 주먹 씩 뿌려주는 모이는 이들에게 별미가 되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긴 가뭄으로 잔디가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가기 시작 하면서 부터는 이들의 방문이 뜸해 졌다. 사람도 가깝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소식을 모르면 궁금하게 되는 법인데 자주 오던 놈들이 오지 않으니 섭섭하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다 하다. 그래서 잔디가 되살아나면 다시 올 까 싶어 가끔 물을 뿌려 주기는 했어도 긴 가뭄과 이에 겹친 때 이른 폭염의 기승에는 역부족 일 뿐 그래도 말라 죽지 않고 견디는 것 만 해도 다행이라 여기며 비를 바랄 뿐인데 며칠 전에 드디어 하늘이 정말 생명수 같은 물을 소나기로 한참 뿌려주고 나니 산야엔 생기가 흐르게 되면서 이에 따라 우리 집 잔디밭도 새 잎을 틔우며 다시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어 이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 일이다.
그러다 지난 주말엔 까치가 넷이서 함께 왔다. 덩치는 비슷해 보여도 먹이를 먹여주고 받아먹는 것으로 보아 두 놈은 새끼인 듯, 그러고 보니 나는 것도 조금은 어설프게 보였는데 이 들도 주말을 즐기려 가족 소풍을 나온 것인지 아니면 새끼들이 독립 할 때가 되었으니 현장 체험을 위한 훈련을 나왔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오랜만에 찾아 온 이 까치 가족들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쪼록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닭 사료를 한 움큼 몰래 던져 주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말처럼 까치는 예로부터 길조로 알려져 왔다. 칠월 칠석 날엔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어 이 연인들의 메신저 역할도 한다는데 세월이 바뀌니 지금은 과수 농가에 피해를 많이 주고 또 전주에 집을 지어 정전 사고를 유발 하게 되니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여야 하기 때문에 미워 질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까치가 과수에 피해를 주는 것은 생존의 선택이라고 해도 전주에 집을 짓는 것은 그들이 집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는 가로수가 대부분은 미루나무였는데 그때 신작로 길을 걸어 하교를 오 갈 때면 양 쪽 가로수 미루나무 꼭대기엔 까치집이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나무가 부러질 듯 흔들려도 까치집은 끄떡없이 견디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미루나무가 다 없어지고 보니 연약한 까치로는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 집을 지어야 하는데 마땅한 집터가 없으니 까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을 것이다.
전래 동화에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가 있다. 과거 길에 오른 선비가 산길을 가다가 까치 새끼를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보고 활로 쏘아 죽이고는 산속 어느 집에 유숙하다가 죽인 구렁이 아내에게 죽을 위기에서 어미 까치가 빈 절의 종을 머리로 받아 세 번 울리고 죽음으로 은혜를 갚았다는 내용인데 우리가 다 아는 이 이야기는 보은(報恩)의 이치를 시사해 주고 있다.
나는 가끔 우리 보은의 이름을 생각 해 본다. 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은혜를 알고 그 은혜를 갚는다는 뜻의 보은(報恩)이라는 이름에 정을 느끼게 되고 또 그 이름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은혜를 입으며 또 은혜를 주고 살게 되지만 준 은혜는 기억하지 않고 받은 은혜는 잊지 말고 갚아야 하는 것이 삶의 원리라고 한다면 전해오는 이야기라고는 해도 이 까치의 보은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 보은의 이름에 더 정이 가도록 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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