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표 농산물 ‘판로 vs 생산량’ 엇갈린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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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표 농산물 ‘판로 vs 생산량’ 엇갈린 시각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7.06.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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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의원 “유통센터 살리고 경매장 설치 고려할 때”
보은군 “물량 없어 시기상조…재배면적 아직 확대해야”
▲ 보은읍 성주리의 보은농협 산지유통센터(APC). 2011년 보은군으로부터 보은농협이 보조사업자로 선정돼 지난 2012년 12월 준공이 됐다. 총 사업비 25억 원(국비 10억, 지방비 7.5억, 자부담 7.5억)이 투입된 APC는 건물 2281㎡(1층 420평, 2층 270평)에 저온창고, 냉동창고, 농산물 선별장, 검수실, HACCP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계시설로 양파, 대파, 감자, 탈피 및 세척기를 구비한 APC는 보은농산물 유통에 획기적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애물단지 신세가 되고 있다.
지역농산물의 유통개선과 판로 확대를 위해서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와 경매장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시선을 잡는다.
보은군의회 박경숙 의원은 “농산물 선별부터 판매까지는 유통센터에 맡기고, 보은군은 광고 및 제반 지원을, 농가는 농산물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보은군의 전략 농산물인 대추와 사과의 유통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추는 직거래가 가능한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농가들이 재고량에 대한 판매 대안이 없다. 사과 또한 인건비 등 직간접 경비는 계속 상승하는 추세지만 가격은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공판장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직거래도 일부 농가에 국한돼 대부분의 농가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의원은 “보은군은 농특산물 육성방안으로 사과와 대추의 면적을 확대해 대외경쟁력을 높인다고 하는데 많은 농가들은 면적보다는 판로를 확대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들을 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생산량인지 유통마케팅인지 우선순위를 고민할 때”라며 군이 경매장 조성과 농산물유통센터 활성화에 눈을 돌렸으면 하는 주문을 넣고 있다.
경북 군위군과 충남 금산의 만인산농협APC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그에 따르면 인구 2만5000정도인 군위군은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부녀자들이 농사를 짓는 애로점이 많으나 공선출하회 회원들은 판매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선별부터 판매까지 생산자들의 판매권을 전적으로 유통센터에 맡기고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곳에는 3무가 있다. 어느 곳에 얼마에 팔아서 돈은 언제 줄 건지 묻지 않는단다. 공동가격제로 운영하는데 불평이 없다. 대추 자두 사과 오이 등이 많이 생산되는데 대추는 생대추로 E마트에 거래된다. 150농가가 참여하고 있는 군위군의 공선출하회는 작년에 시작해 현재 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농가가 판매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부럽다고 했다.
“전국 최초 깻잎 특구로 지정된 금산의 만인산농협APC는 깻잎, 케일, 풋고추 등으로 작년 96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특이사항은 153개 깻잎 농가는 인증별, 표적시장별로 유기농, 무농약학교급식, GAP수출, 묶음깻잎팀 등 6개 팀으로 나눠져 있다. 이런 탄탄한 농가조직과 높은 GAP참여가 고소득의 비결이다.”
박 의원은 “경매장 설치는 우리지역의 농산물 규모나 가격 등 여러 문제들을 고려해볼 때 빠른 시일 내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농산물유통센터는 심도 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직거래로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의 농가를 염려하고 살펴야 한다. 농민들이 시장을 뚫는 것은 어렵다. 지자체 차원에서 대대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유통센터에 판권을 맡기고 생산에만 전념하길 농민들은 기대하고 바란다”고 얘기한다.
보은군이 농산물유통센터를 운영하고 경매장을 개설하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과거 보은군은 보은농협이 지난 1995년부터 10년 가까이 보은읍 성주리에 농산물 경매장을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관내 농산물만을 갖고 경매를 진행하다 보니 물량 공급이 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았다.
이후 사업비 25억 원을 들여 지난 2012년 문을 연 보은농협APC는 아직 활용방안을 못 찾고 있다. 기초 베이스가 안 된 상태에서 군이 최대주주였던 농업법인 속리산유통이 산지농산물유통센터 시설 확보에만 급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협 관계자는 “보은농협 APC에는 양파, 감자, 대파, 당근 4품목의 라인이 깔려있다. 그러나 보은에서 이들 농산물이 얼마만큼 생산이 되는가”라고 반문한다. “연중 시설을 활용할 여건이 안 된다. 무엇보다 주산단지가 형성되고 규모화가 되어야 유통센터가 기능을 할 수 있는데 보은에는 라인을 계속 가동할 품목이 없다. 대추의 경우도 자체 내 보유하고 있는 방울토마토 선별장에서 한 달 작업하면 끝난다”고 했다.
보은농협은 APC 활용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이곳저곳 잘 나간다는 현장도 방문해보지만 뾰족한 방안을 못 찾고 있다. 2015년 감사사업으로 큰 낭패를 경험한 보은농협 APC가 현재 저온저장시설로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칫 사업에 잘못 손댔다간 그 누구도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
지난해 농산물 공동브랜드 ‘결초보은’을 출시한 보은군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지상파,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공동브랜드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직거래 확대와 가공산업 육성 및 정책 발굴에 방점을 두는 한편 특화품목인 대추와 사과의 재배면적 확대, 신소득 작목의 발굴 지원 등으로 농가소득 증대를 도모하겠다는 보은군이 지역 농특산물 육성 전략과 첫 선을 보일 농산물 공동브랜드 ‘결초보은’을 어떻게 연계시켜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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