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꼬부랑길을 조성한다는 반가운 소식에 여중 동창 세 명이 말티고개 정상에서 시작되는 꼬부랑길을 걷게 되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속리산으로 소풍 갈 때는 성능이 좋지 않은 차가 말티고개를 넘지 못하여 사람들은 장재 저수지 밑에 내려놓고 기사님과 조수님 두 분만 승차하여 말티고개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까마득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장재저수지에서 정상까지는 꼬부랑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중간 길로 개미가 기어오르듯이, 시합을 하듯이, 반 친구들과 웃으면 올라 간 말티고개가 이제는 건강과 힐링이라는 단어 밑에서 여유를 갖고 걷을 수 있도록 길도 좋아지고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들이 서울로 잠입하여 대통령 관저 폭파와 요인 암살 및 주요 기관 시설을 폭파하라는 임무를 갖고 북악스카이웨이를 타고 왔을 때, 난 엄마와 함께 작은 오빠의 대학 입시 합격을 위하여 속리산의 작은 암자에서 새벽 기도 드리고, 보은까지 버스가 없어 하루 종일 걸어서 왔던 그 길이 이렇게 좋아졌으니 감사한 마음이다.
꼬부랑길을 걷다 보니 불교에서 말하는 108번뇌의 핵심단어가 보인다. 화강암에 쓰여진 그 단어들은 우리들의 생활을 해방 시켜 줄 그런 단어들이다. 질투, 탐욕, 고집 등은 빨리 먼 곳으로 여행 보내 배려, 사랑, 통합의 보따리로 싸야 할 번뇌들이다. 한번 쯤 두드려 우리의 마음을 맑게 해 주는 목탁도 꼬부랑길의 명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여년 동안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생활한 내가 이제 울타리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야 할 시기가 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옳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엔돌핀이 솟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꼬부랑길에서 답을 찾을 것 같다. 어쩌면 꼬부랑길이기에 빨리 갈수 없어 정상이나 목표 지점에는 늦게 도달하겠지만 여유를 갖고, 옆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가는 길이 행복 할 것 같다. 사람이 생활하다 보면 나만을 생각하고 옆 사람을 생각하지 못하는 직선 길을 택하지만 이제부터는 나도 잘하지만 다른 사람도 잘 할 수 있도록 손잡고 가야겠다. 손잡을 상대가 남편, 자식, 손주 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 걸음 더 떨어진 친구와 이웃에 웃음을 줘야겠다. 그리고 삶에 바쁜 자식에게도 ‘너만 잘 하려 하지 말고 남도 잘 하게 도우라’는 부탁을 해야겠다. 함께 살아가는 공간은 꼬부랑길을 걷는 것과 같다. 속도를 맞추고 이야기를 하면서 배려라는 봇짐을 같이 메고 갈 수 있는 사회가 정말 다음 자식들이 살아 갈 사회라는 것임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은혜를 갚아주라는 보은의 지명처럼...... 꼬부랑길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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