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의 관문, 금강과 한강의 분수령 말티재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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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의 관문, 금강과 한강의 분수령 말티재를 걷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7.03.16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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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은의 명소를 찾아서(1)
▲ 속리산면 말티재.
“세조의 행궁이 자리한 행궁터에는 한옥마을 조성”
학창시절 속리산 수학여행길에서 만난 기억을 되새기며 꼬불꼬불한 12굽이를 오른다. 지금은 속리산으로 가는 길이 터널이 생겨 편한 길도 있지만 여행자라면 보은에서 속리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꼭 만나야 하는 길이 말티재로 향하는 길이다.
말티재를 오르기 전에 여행자의 시선을 끄는 한옥마을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1464년 12월 세조가 속리산을 행차하던 중 하루를 지낸 행궁이 있었던 곳에는 지금은 대궐터로 불리고 있다.
말티재로 향하는 도로옆 ‘대궐터’ 라는 표지석이 이곳이 세조의 행궁이 자리한 곳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마을 전체가 한옥으로 조성되어 있어 그 의미를 더욱 크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장안면 장재리에 위치한 이 대궐터 한옥마을은 세조의 행궁이 자리한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 마을 전체를 한옥으로 조성해야 하기 위해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조성되었다고 한다. 역사성과 후대 사람들의 지혜가 만들어 낸 훌룡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뭔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었다.
한옥마을 대궐터를 지나자 우측으로 펼쳐진 저수지를 만난다. 이 저수지가 바로 박석저수지다. 이상하게도 동네 사람들은 장재리에 위치해 있어 장재저수지라고 부른다. 저수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박석저수지로 표기하고 있어 정확한 저수지 이름은 박석저수지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았다.
박석저수지를 옆으로 조금 걷다보면 본격적인 말티재 고갯길을 알리는 상징물이 나온다. 조선시대 세조가 말을 타고 있는 모습과 말티재의 유래를 적어놓은 상징물이다. 세조의 풍채와 말의 크기가 맞지 않아 뭔가 우스광스러운 동상이었지만 의미를 전달하고자 세워진 상징물로는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워낙 고개가 높아 연(가마)을 타고 가기에는 힘들었을까. 이곳부터는 연에서 내려 말을 타고 넘었다는 의미전달로만 만족해야 했다.
말티재를 알리는 상징물 유래비 내용에서 박석저수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박석이란 평평할 박(博), 돌 석(石)으로 돌로 평평한 길을 만들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세조가 행차한다니 지방고을에서 임금이 지나는 길을 정비하면서 박석재라는 고개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본래 말티재의 뜻은 말자의 의미는 마루, 산 정상, 아주 높은 꼭대기를 뜻하며 티 자와 재 자는 중복된 어원으로 아주 높은 고개, 아주 높은 언덕을 뜻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형적으로 아주 높은 고갯길이라는 뜻이다.
▲ 장안면 장재리 한옥마을.
말티재의 유래와 상징물을 지나면 기존 도로와 분리된 걷기 좋은 길이 나온다. 말티재 명소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해 놓은 숲길이다. 조그만 개천을 건널 수 있는 목교와 계단으로 조성된 숲길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말티재 12굽이중 6굽이를 오를 수 있다. 400m 가량 조성된 숲길가에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를 비롯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생화가 식재되어 있어 봄날 말을 타고 넘은 세조를 생각하며 말티재를 걸어 올라가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수많은 야생화와 나무를 감상하면서 1시간 정도 고갯길을 오르다보면 말티재 정상이 보인다. 말티재 정상(500m)에는 석장승과 유래비가 행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은상 시인의 글이 세겨져 있다. 말티재의 유래를 더욱 깊게 하고 있었다
이곳 말티재 정상의 능선은 백두대간 줄기로 한남금북정맥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등산객이 남긴 리본이 백두대간 산행 길을 표시하고 있었다.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이라는 의미는 이 곳 말티재 정상이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지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말티재 정상에서 속리산으로 내려간 물은 한강으로 흐르고 말티재를 올라온 보은방향으로 물이 흐르면 금강으로 물이 흐른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아주 높은 고갯길이 아닌 금강과 한강의 분기점, 분수령을 이루고 있는 지형적인 특징이 말티재 고갯길이 더욱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명소로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보은군은 말티재 정상에서 속리산의 구봉을 전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꼬부랑길을 조성하고 있다. 이 꼬부랑길은 심신 치유와 휴양의 목적으로 17억800만원을 들여 속리산면 갈목리 솔향공원∼중판리 속리터널까지 길이 8㎞, 폭 4m의 꼬부랑길을 조성하고 있다.
▲ 말티재 유래비 및 상징물.
이 길은 열두굽이인 말티재의 구불구불한 지형을 그대로 살려 명상과 숲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근 조성중인 바이오 산림휴양 밸리를 완공하면 속리산 관광산업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조성중인 바이오 산림휴양 밸리는 인근 국·공유림 110㏊에 200억원을 들여 테마 숲과 정원, 물놀이장 등을 갖춘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바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심신을 치유하고 속리산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운동선수들의 훈련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참동안 정자에 앉아 말티재를 오르는데 쌓인 피로를 풀고 내리막길로 향했다. 내리막 첫 번째 굽이 도로변에는 아름드리 벚나무와 단풍나무가 인상적이었다. 벚꽃이 활짝 피는 봄과 단풍철인 가을이 되면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속 공간으로 추억여행의 명소로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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