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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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7.03.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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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 후 소파에 앉아 하루를 생각하며 텔레비전 보는 행복한 저녘은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하루의 반성은 한 달의 씨앗이고, 한 달의 반성은 일 년의 씨앗이고, 일 년의 반성은 내 인생의 씨앗과 열매임을 많은 세월이 흘러 간 후에 깨닫는 것은 물고기가 그물 안에 있으면서 흐르는 물속에 있는 줄로 착각하는 것과 같다.
착각과 오만, 아귀다툼 속에서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은 세대별로 할 일이 다르듯이 부부가 느끼는 정도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감하게 되었다.
20-30세대에는 부부간에 연정을 갖고 산다.
내가 살아오면서 책임도 많이 느끼지 않고 그저 부푼 꿈만이 갖고 살던 시대인 것 같다. 난 긴 연애는 못 해 보고 중매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결혼 한 후에 연애하는 감정으로 살았던 것 같다. 퇴근 후면 시어머니께서 지어주신 따뜻한 밥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리던 시절이었다. 모든 사람들도 결혼 초에는 이런 연애하는 감정으로 생활했을 것이다. 다음 세대의 고달픔은 예측하지 못하고......
40-50세대는 애정을 갖고 산다.
연정을 갖고 살던 시절은 꿈과 같이 지나가 버리고 부모, 사회인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를 실천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시절이다. 가정적으로 자식들이 자람에 부모의 역할은 더욱 더 커지고 중견의 자리에 있는 사회인으로는 앞의 세대와 다음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드느라 바쁜 시절이지만, 이 어렵고 힘든 일을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참아주며 함께 살아가는 애정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세대이다.
60이후에는 인간애를 갖고 산다.
100세 시대이며 늦게 결혼을 해야 하는 요즈음에는 좀 이른 나이라 생각이 들지만 60이후에는 정말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세상이다. 어느 방송에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남녀가 결혼 조건 중에 부모님 노후 준비가 잘 된 신랑 신부가 1순위이며, 손자 손녀도 자기 부모님의 경제력보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제력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하지만 21세기에 맞는 이야기라 동조를 표시 한 적이 있다. 이 때에 부부가 살아가는 힘은 서로 이해하며 도와 줄 수 있는 인간애를 갖고 살아야 가정도 편안하고 본인들도 편안하단다. 60이 지나면 친구들도 정기적으로 만나 스스로 생활의 활력소를 만들고, 먼저 떠난 친구나 배우자를 보내는 마음이 아프고, 삶이 빈 둥지인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잘 견디는 힘이 필요하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는 인간애가 인생의 마무리 잘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을 맞이하는 봄비가 창문을 적시는 오후다. 화단의 목련화나무가 물이 올라 꽃봉오리 꽃눈이 커짐을 느낄 수 있으며 따뜻한 남쪽화단에는 파란 잡초가 먼저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이 오고 있음을 암시하는 징조다. 봄의 새싹은 20-30대의 삶이고, 여름의 무성함은 40 50대, 단풍과 열매가 풍요로운 가을은 60대 이후의 삶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며칠 전 6년을 배운 학생들을 떠나보내는 졸업식을 하면서 인생은 시작과 끝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졸업과 동시에 입학을 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하여 사회생활의 시작되고, 죽음은 곧 새 생명이 태어날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성인들은 알고 있었기에 고귀한 신앙을 주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마무리가 있다. 식물이 싹을 틔워 씨앗을 만들고, 바닷 속의 동물들이 알을 낳고 어미가 죽는 것도, 동물이 자라 새끼를 낳아 대를 잇는 것도 시작과 마무리가 분명하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은 말해서 무엇하랴. 졸업은 학교생활의 마무리, 퇴직은 직장의 마무리, 죽음은 삶의 마무리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지 않고, 흔적 남기지 않는 아름다운마무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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