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대의원, 미곡종합처리장 통합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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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농협 대의원, 미곡종합처리장 통합 거부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7.02.0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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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74명, 찬성 61명 … 수매가격, 제한수매, 적자 및 자부담에 부담
보은농협 “정부지원 있을 때 해야 하는데” 남보은농협 부결소식에 ‘난감’
보은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통합안이 부결됨에 따라 RPC통합 추진이 난망하게 됐다. 통합 논의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시 거론이 되어도 통합은 적어도 1년 이상 뒷걸음치게 됐다.
보은농협 대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남보은농협과의 RPC 통합에 대해 찬성 61표, 반대 74표, 무효 1표를 던져 부결을 선택했다. 부결 이유로는 ‘수매가격 하락’과 ‘제한수매’에 대한 우려 그리고 통합 파트너인 ‘남보은농협의 적자 폭’(쌀 판매)이 큰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요약된다. 또 자부담(보은농협에 따르면 두 농협 합해 약 76억원)에 따른 조합원의 부담 등도 이유로 꼽힌다.
참석한 한 대의원은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합해야 한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 통합은 대세이다. 하지만 지금은 통합시기가 아니다. 남보은농협이 적자 폭을 줄이고 보은농협과 비슷한 궤도에 올라서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은농협이 부결된 RPC통합 안을 재상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의 시일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은농협 최창욱 조합장은 “남보은농협의 RPC는 몇 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대의원들은 부실농협을 떠안음으로써 보게 될 손실을 보은농협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최소한 2017년 예산총회(11월말)에서 통합 문제가 불거져야 내년 이맘때 열리는 정기총회에 이 안건을 재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욱 조합장은 그렇지만 남보은농협의 올해 쌀 사업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하면서 내년 통합 상황은 올해보다는 진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조합장은 “남보은의 작년 벼수매가는 우리보다 1000원이 싼 3만7000원에 수매했다. 여기에 우리는 벼 수매 장려금을 줬지만 남보은은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남보은은 올해 흑자가 예상된다. 통합에 대한 상황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조합장은 통합 시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통합도 정부지원이 따를 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시기가 늦어지면 정부지원도 받을 수 없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만큼 보은농협 입장에서도 통합은 절실하다할 수 있겠다.

남보은농협 RPC는 미운오리
보은농협에 따르면 보은농협은 올해 포함 3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남보은농협과는 손실 금액에 있어 차이가 크다. 보은농협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흑자를 이어오다 2014년 1억2200만원, 2015년 3억1500만원, 2016년 3억32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반면 남보은농협은 지난해의 경우 쌀 판매로 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보은농협이 3년에 걸쳐 까먹은 것을 남보은은 1년에 몽땅 날린 셈이다. 2015년에도 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남보은의 적자 폭이 보은농협보다 큰 이유는 왜 일까. 전국적으로 쌀 판매 어려움으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우선 벼 수매량이 보은농협보다 더 많은 남보은농협의 손실이 더 크지 않을 수 없다. 또 보은농협은 그동안 수매물량 중 생산량이 삼광보다 많은 대보의 비율이 10%(삼광보다 가격5000원↓)인 반면 남보은은 대보의 비중이 50%(3000원↓)다. 이렇다보니 2000원 더 높은 남보은농협에 대보를 지은 농가들이 몰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부터 대보품종은 정부비축미 수매에서 제외됨에 따라 개선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은농협보다 원료곡 판매의 비중이 높았던 것도 남보은의 적자 폭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저런 사유로 적자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내심 남보은 대의원 사이에선 제한수매를 하던지 아예 벼 수매를 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왔다.

통합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
보은농협 대의원은 통합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통합해도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다. 통합한 독립법인체는 지금의 농협 시스템과 달라 조합장이나 임직원의 책임이 덜하다. 전량수매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관에 전량수매를 명시해야 한다.”
두 조합 수뇌부가 통합에 머리를 맞대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원이다. 보조금과 융자 지원으로 다급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하지 않고 단독으로는 100억원 가까이 드는 시설현대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보은농협 관계자는 “통합에 사업비 100억원이 든다. 이 중 정부 24억원을 뺀 자부담 76억원이 소요된다. 자부담은 두 농협의 출자비율이 반반이라한다면 한 농협이 38억원을 부담하는 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
통합은 벼 건조저장시설 지원과 계약재배 부분에서도 우대받을 수 있다. 특히 ‘결초보은’ 공동브랜드가 탄생함에 따라 보은군과 결탁해 마케팅과 홍보에도 집중할 수 있다. 단일창구가 생겨 군 차원의 지원도 바라볼 수 있겠다. 통합이 되면 정부 지원 외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할 여지도 있다.
통합은 하지만 벼 재배 농민 입장에선 수매량과 책임소재, 수매가격 측면에서 불안하다. 지금처럼 전량수매 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동법인체 최대 주주는 남보은농협(지분 55%)과 보은농협(지분 45%)이지만 법인체는 일단 한 다리 건넌다. 책임 추궁 시 조합장에게 직접 묻기 애매하고 책임을 서로 떠넘길 수 있다. 물량이 많은 점도 부담일수 있다. 법인체가 주주농협에 의탁할 수 있는 등 단점도 적지 않다.
농협관계자는 “농업현안에 대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RPC통합은 마무리된 부분으로 정부의 정책방향이 6차 산업으로 옮겨갔다”며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은 시설을 현대화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통합 외엔 선택지가 제한적이다”라며 통합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했다.
앞서 두 조합은 2009년부터 통합을 꾀했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2012년에는 미곡처리장 설치 장소와 품종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두 조합장의 성향이 달랐고 자존심도 한몫했다. 하지만 2015년 조합장들이 공약으로 내세우며 통합에 힘이 실렸다. 그럼에도 보은농협 대의원들은 남보은농협의 적자 사정에 고개를 돌렸다.
남보은농협 관계자는 “부결 소식에 머리가 띵하다. 일단 부결됨으로써 통합은 끝난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는 대의원 승인을 받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상대방이 파혼을 하자는데 혼자 결혼을 어찌하겠는가. 통합을 다시 추진하려면 우리도 대의원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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