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을 데리고 고향 찾는 이동의 순간 고향에 부모들은 가슴조이며 안전운행을 기원한다.
밀물처럼 온 가족이 만나 음식을 장만하고, 떡국을 먹고 또 한 살을 먹는 날! 집집마다 차가 꽉 찼다가 서로가 즐기며 좋은 일만 일년내내 있기를 기원하며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어른들께 세배도 일년에 한 번 하는 날이다.
온 가족이 또 원위치로 썰물처럼 자기일터로 돌아갔다.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 3월의 문턱에 닿았다.
시끌벅적했던 2~3일을 보내고 허전해 생각해보니 아~ 내 나이가 88세 법적인 나의 남편나이가 89세..
일제강점기에 만난 우리 부부가 언덕배기집을 짓고 살아온 지가 71년. 정말로 오래 살아왔다는 감회가 주마등처럼 가슴을 스친다. 그 오랜 세월 속에 내가 걸어온 길을 회생해본다.
고인이 된 황귀선 시인이 항상 나를 감싸주웠던 그날들을 돌이켜본다. 서울대학 박동규 교수가 보은문화원에 강의초청을 받고 강의하러 올때에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라는 수필집을 냈는데 불티같이 팔리고 8권이 남았다할 때 우리 보은 문학회원이 14명인데 8권중 한권에 (이흥섭님께 박동규 드림)이라는 내 이름이 써 있을때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을 못한다.
나 같은 촌부로 언덕배기에 초가삼간 짓고 살아온 자연을 벗 삼고 자연을 나의님으로 항상 자연을 사랑하고 살아온 소박한 내 가슴이 박동이 뛰었다.
박목월 시인의 5형제 중 장남 박동규 교수의 신작수필집을 받은 날부터 열심히 읽었다. 이제 88장수로 살아온 지난 일들이 더 더욱 선명하게 가슴을 스친다. 이제 남은 일 들은 맑은 정신으로 사는 날 까지 살다 조용히 부름 받아 일몰이 석양으로 넘어갈 때 어둠으로 가는 빛이 여명을 발하듯 이성 잃고 목숨 갈 때 눈 감으면 어둠속으로 가 여명을 밝히는 곳에 다다라 다시금 글쓰기 새 나라로 가길 원한다.
/이흥섭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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