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이라는 값진 인연들과 처음 찾은 곳은 경주 남산에 자리 잡은 서출지(書出池) 연못이었다. 못 속에서 나온 노인의 편지가 왕의 죽음을 면했다는 전설이 깃든 연못 주변에 해묵은 배롱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한 수의 시를 읊고 싶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무량사의 적막함과 일몰의 경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었다. 다음 방문지였던 신라시대에 세워진 한반도의 최초 국립대학인 국학이 있던 교촌마을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누었던 요석궁과 월정교가 복원되어 있었다. 그리고 진정한 부자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를 몸소 실천한 12대 400 여 년 동안 만석의 재산을 지켰고,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모범적인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최부자댁 고택이 있었다. 연수 중 짬짬이 시간을 내어 관광을 하느라 담벼락을 따라 켜지는 등불 등 야경을 주로 봤지만 낮에 가면 우리나라의 건축, 멋진 한지 작품, 익살스러운 표정의 장승 등을 음미 할 수 있는 곳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점심시간에 찾은 경주 남산의 서쪽 기슭에 동서로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등 박씨 3왕의 무덤이라 전하는 3개의 왕릉이 나란히 있는 신라시대의 왕릉군인 삼릉은 외국의 경치와 비교 할 수 없는 소나무의 숲이다. 이런 곳을 알지 못한 나의 역사 교양에 화가 날 정도의 멋진 솔밭 풍경이었다. 이곳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아침 점심, 저녁에 따른 풍경이 모두가 아름답지만 특히 아침 해돋이가 정말 멋진 곳이라고 주변 분들이 추천해 주었지만 시간상 갈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 탐방이었다. 마지막으로 창건 연대 및 중창의 기록은 정확히 전하지 않고 있으나 현존하는 유물들을 종합 해 보면 통일신라시대에 창건했다는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남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불상을 갖춘 곳이라 전하는 칠불마애석불은 커다란 바위에 빼어난 조각 수법으로 아미타삼존불을 비롯하여 사방불(四方佛)로 이루어진 조각은 종교의 같고 다름을 떠나 조상들의 인내와 솜씨, 지혜 등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재였다. 지금까지는 불국사 경내에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만을 위대한 돌탑이라 생각했지만 바위에 섬세하게 새겨진 부처님의 미소를 보면서 돌을 흙같이 주물거린 석공의 솜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번 경주의 천년고도를 탐방하면서 우리의 역사 공부가 얼마나 중요하고, 재미있는지를 새삼 느꼈다. 우리 주변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식민지 역사관이나 동국공정 등 역사를 왜곡해서라도 자기 나라가 유익하도록 억지를 쓰는 요즈음 우리도 문화와 역사 바로알기 운동으로 자부심을 길러야겠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누구나 느끼는 것이지만 독일은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앞날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나라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온 국토가 파괴된 뒤에도 본인들이 저지른 과오 등을 감추지 않고 후대에게 정확한 역사교육을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사회 계층의 화합이 잘 이루어지고, 중고생의 60%가 본인들이 하고 싶은 기술교육에 몰두하고 있으며, 200년 된 장수 기업이 무려 1500개나 되는 독일의 이런 힘도 자기의 역사를 잘 알고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을 기른 교육의 힘이다. 정확한 역사를 배우고 과거를 반성하며 앞날을 생각하는 교육이 바로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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