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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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4.06.12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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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시조를 연재하며..
본보에서는 이번 호 부터 시조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문학박사 장희구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의 원고를 받아 연재한다.
장 박사는 “해방이후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번안시조를 통해 번역문과 함께 한시의 깊은 뜻을 새겨, 한자와 한문에 대한 소양은 물론 친근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한시 속에 옹알거리며 꼭꼭 숨어 있는 뛰어난 문학성을 붙잡고 살짝이나마 입맞춤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필명 :장강 (長江))
현)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01】
노역에 끌려간 남편을 향한 아내의 노래 : 征婦詞1 / 포은 정몽주 →<제목 견명조로>
옛날의 노역 제도는 지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상을 초월했다. 변방으로 끌려갔다하면 전쟁이 끝나야 돌아올 수 있었고, 노역에 끌려갔다하면 대역사(大役事)가 마무리 되어야 귀향할 수 있었다. 이것이 당시의 제도이고 관례였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는 일도 그랬고, 한 전쟁에서 수십년 동안 병사나 노역으로 전쟁을 치렀던 우리의 역사에도 그런 기록을 만난다. 아래의 한시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읊은 작품으로 다음과 같이 번안해 본다.

征婦詞1(정부사1) / 포은 정몽주 →<시제는 고딕으로>
이별인사 이후로 소식조차 감감하고
변방가신 임의 생사 그 누가 알려주나
가실 때 임신된 아이 편에 옷 한 벌 보냅니다.
一別年多消息稀 塞垣存歿有誰知
일별년다소식희 새원존몰유수지 ↓한글토 1급 줄여 중고딕(아래도 같음)
今朝始寄寒衣去 泣送歸時在腹兒
금조시기한의거 읍송귀시재복아
↓<줄친 내용 두껍게>
노역을 위해 변방으로 가신 남편에게 보낸 아내의 정성이 스며있는(征婦詞) 칠언절구다. 작가는 고려 말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1337~1392)로 여말절신이다. 명나라와 외교관계를 주도적으로 해결한 유능한 외교가이자 친명파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끈질기게 참고 견디면서 인고의 아픔을 참아냈음을 보인 시를 본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한번 이별 지금까지 소식일랑 감감하니 / 변방의 임의 생사 어느 누가 알겠어요 // 오늘에야 이 애 편에 겨울옷을 부치오니 / 가실 때 뱃속 아이는 눈물인사 했답니다]라는 시상이다.
우리 선현들이 쓴 한시에는 별리(別離)를 노래한 운문이 상당히 많다. 이별은 가장 아픈 정한으로 표현되어서 이 과정 모두는 슬픔이고 두려움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만날 기약을 한다면 그 애절함을 담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남편이 군역에 끌려가 소식도 없고 생사조차 알 길이 없었다면 더욱 말할 수 있으랴. √시인은 날씨가 추워져서 남편에게 옷 한 벌을 지어 부치게 된다. 은근과 끈기로 참았던 한국 여인의 전형이다. 기막힌 사연은 심부름을 보내는 아이는 남편이 떠날 때 뱃속에 있었고 그 아이가 장성하여 아직 생면도 하지 않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게 되었으니 그 지나간 세월이 얼마였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시인의 입을 빌은 화자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이만큼 장성한 자식을 보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아비의 심정은 어떠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다. 내용의 구구절절함은 여인의 기다림이라는 단어에서 엿보게 되는 은근과 끈기로 참아낸 한국 여성의 전형을 보게 된다.
【한자와 어구】
消息: 소식, 문안인사. 稀: 드물다. 塞: 변방, 국경지대. 垣: 담, 관청. 存歿: 소식이 없다. 有誰知: 누가 있어 알겠는가. // 今朝: 오늘 아침. 始寄: 비로소 부치다. 寒衣去: 겨울옷을 가지고 가다. 泣送: 눈물로 보내다. 歸時: 떠나실 때. 在腹兒: 뱃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장 희 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문학박사 필명 장 강(張江) //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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