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물에 손만 담궈도, 발만 담궈도 등골 오싹
찌는 듯한 무더위를 잠시라도 잊어보기 위해 여름만 되면 고민 아닌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계곡으로 갈까. 계곡을 가면 어떤 맛이 있을까. 기암괴석 사이사이로 청정한 물이 흐르고 싶은 대로 흐르고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까지 후련해지는 물소리, 폭포를 이루는 곳에서는 물보라가 주는 시원함도 느낄 수 있다. 굳이 온 몸을 계곡 물에 맡기지 않더라도 아무데나 걸터 앉아 계곡 물에 손만 담궈도, 발만 담궈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찬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이럴 때 찬 기운을 실은 바람이라도 한 점 분다면 천국이 따로 있을소냐. 하천이면 어떤가. 요즘은 물이 많고 거기에다 좋은 곳은 해안처럼 백사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잔 자갈이 펼쳐져 있는 곳도 있다. 수영하지 지치면 고무보트라도 띄워 노를 저어가며 하천을 둘러보는 운치도 그만일 것이다. 하루해가 저물어 어느새 밤 하늘에 별이 나타날 즈음엔 별자리를 찾아보며 별헤는 밤을 지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된다. 이렇게 땀나고 습한 날씨로 인해 불쾌지수까지 높은 무더위를 한가롭게 보내는 여름을 상상해보라.
군내에는 이렇게 한가로운 여름을 날 수 있는 계곡과 하천이 있어 매년 여름마다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서원계곡과 만수계곡이 그곳이고 여기에 대목리 계곡 등이 있다. 또 물놀이 객들이 많은 하천으로는 속리산에서 발원해 산외면을 거쳐 내북 봉황리로 이어지는 달천, 그리고 보청천 등이 있다. 이중 서원계곡과 만수계곡은 지난해 수해로 인해 원형을 잃어버렸다. 아직까지 수해잔재물이 남아있으나 여전히 더위를 쫓을 수 있는 물은 풍부해 아직도 피서객들이 찾고 있는 실정이다.
▲ 서원계곡은 지난 호우로 가장 피해를 입은 곳 중의 하나다. 항구복구를 한다고 계곡을 넓히고 시멘트가 섞인 석축을 쌓고 옹벽을 설치해 과거 서원 계곡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을 줄 수 있는 풍경이 될 수도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직까지 수해복구 사업이 마무리 되지 않아 중장비가 운행되고 있지만 대추나무가 있는 밭 윗쪽으로 저수지 아래 음식점까지는 그래도 경치와 자연석의 배치가 예전의 계곡 모습을 어느 정도는 살리고 있어 자리를 펴볼만 하다.
요즘은 비가 온 뒤여서 물까지 많고 수해를 입었다는 것을 아는지 사람들이 거의 없어 불편함 없이 서원계곡 전체를 내것으로 만들며 놀 수 있다. 앉아있기 좋은 곳에 자리를 펴고 수박 한 통 계곡물에 담가 놓고 바위에 걸터앉아 물장구라도 치며 동심에 젖어들 수밖에 없다. 비 피해를 입었던 곳이어서 마땅하게 텐트를 칠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여장은 속리산이나 보은읍 등의 숙박업소를 이용하면 된다.
▲ 만수계곡을 찾는 길은 서원계곡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타거나 말티고개를 넘어 갈목재 방향으로 꺾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진입로를 따라 계속 펼쳐지는 계곡을 소나무, 떡갈나무 등이 뒤덮어 산 그림자가 계곡 전체에 드리워져 있어 물놀이 하기엔 그만이다. 자외선에 노출될 염려도 없다. 기미 주근깨가 생길까봐 걱정하는 여자들이 걱정없이 맘껏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더없는 곳이다.
더구나 만수 계곡에는 토종닭, 흙염소 동의 요리를 맛볼수 있는 식당이 입구부터 즐비하다. 오랜시간 푹 고아 만든 진국이 담백할 뿐만 아니라 쫄깃쫄깃한 고기맛은 일품이다. 보은읍내에서까지 일부러 음식을 주문하고 있고 외지 사람들도 자주 찾는 것을 보면 음식의 맛은 보증해주는 것이 아닌가. 또 주민들이 재배하는 영지버섯 농장도 있다. 품질이 우수해 이미 많은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는 만수리의 버섯 농장을 미리 주인에게 귀띔해 구경도 하는 것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 대목계곡은 만수계곡을 가기 전 삼가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울통불통한 비포장 길을 가면서 오랜만에 그 옛날 시골길을 달리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계곡이 짧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못하고 만수계곡과 서원계곡보다 덜 알려져 있는 탓에 사람들이 없어 속리산이 만든 그늘 아래서 호젖한 여름을 날 수 있다.
▲ 원평유원지는 속리산에서 발원하는 달천의 지류로 산외면 원평리에 소재하고 있다. 주위 경관이 좋고 물이 풍부하고 백사장까지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또 보은군에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유원지로 가꾼 곳이기 때문에 물놀이하다 지치면 백사장에서 놀기도 하고 족구도 하는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고무 보토를 띄우고 노를 저으며 여유롭게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낭만적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낮에는 느티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오수를 즐기는 것도 꿀맛이다. 숙식은 유원지내에 있는 방갈로식 천막집에 여장을 풀고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찾아가는 길은 산외면 봉계삼거리에서 구티고개를 지나 동화리 입구 삼거리에서 원평소규모 유원지 안내판이 설치된 곳을 따라 가면 된다. 또 내북면 창리공용버스 정차장앞 삼거리에서 산외면쪽의 방향을 선택해 들어와 산외면 산대리 산대다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얼마쯤 달리면 원평 유원지가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 달천, 보청전 지류는 군내하천 중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나는 곳이기도 하다. 달천의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한 유원지가 내속리면 북암야영장 인근에서부터 백현리 입구, 산외면 백석다리, 산외면 장갑다리, 원평리 유원지, 오대다리, 중티, 길탕, 내북 봉황까지 이른다. 먹을 물은 인근 마을에서 얻으면 되고 간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어 큰 불편없이 물놀이를 할 수 있다.
보청천 지류의 자연발생 유원지는 탄부면 덕동다리, 마로면 기대리, 오천리 앞, 원정리 등이 있다. 이곳도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임은 이미 증명이 된 셈이어서 이름나 있는 유원지를 찾지 않을 경우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쳐 더위를 피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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