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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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봄
  • 이영란 종곡초등학교 교감
  • 승인 2014.01.2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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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또 다시 재잘거림 속에서 사는 행복한 개학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한 학년을 마무리 하는 바쁜 달로 졸업과 종업식, 새 학년 준비, 새 식구 맞이 준비 등 많은 일들을 쏜살같이 처리해야하는 2월이다. 그러나 새 식구를 맞이하는 것보다 보내는 일이 더 많은 2월이다. 6년 동안 정든 최고의 학년을 상급학교인 중학교에 보내야 하고 규정이라는 이름 아래 근무 만료된 동료들과 헤어져야 하는 행사, 교직이라는 직업에 삼사십년을 몸담아 온 선배님들과의 작별 행사 등 할 일이 정말 많은 2월이다.
보내야 하고 맞이해야 하는 요즈음 난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까? 정말 도움이 되는 동료, 친구, 스승이 되었을까? 되 집어 보게 되는 달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은 꽃, 산, 저울, 대지로 나눌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꽃 같은 사람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다. 꽃이 피었을 때는 아름답지만 자기 관리가 안 된다든지, 지고 나면 사람들의 발에 짓밟혀 별로 쓸모없다 생각하고 더 이상의 인간관계를 갖지 않거나 더 이익이 될 것 같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아주 이기적이고 겉모양만을 생각하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산 같은 사람은 어떠한가?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나와 상관없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고 못 본체 하며 감정의 변함없이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그야말로 일 년 열두 달 한 곳에 머무는 산 같은 사람이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변덕이 없지만 부정적으로 말하면 무관심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자기 일 외에는 무관심한 사람의 대표적인 예이다.)
저울 같은 사람을 알아보자. 저울은 양쪽이 수평을 이루어야 제 값을 하는 기구이다. 이와 같이 어느 한 쪽이 조금만 기울어도 불평이 생기고 불안전하며 관계가 깨지는 사람이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Give and Take’생활 형태인 사람이다. 내가 하나 받으면 반드시 하나를 주고,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아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더 주면 내가 손해라 생각하고 더 받으면 짐이라 생각하는 순박함과 배려가 없는 각박한 세상의 표본이다.
대지(大地)같은 사람은 어떨까?
사계절을 품으며 봄에는 새싹을 틔우는 아픔을 겪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참고 모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끈기와 인내로 참아내고 가을이면 모든 오곡백과가 열매를 맺고 다음의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털어내며 희생을 한다. 또 겨울에는 춥고 배고프지만 봄을 기다리는 희망을 품고 무서운 북풍 바람을 불평 한 마디 없이 견디는 대지의 힘!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대지의 봄을 잉태하기 위한 고통이요, 인내이다. 우리는 대지와 같은 사람을 기르고, 대지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원래 깨끗하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른다는 성현의 말씀이 있듯이 대지와 같은 어진 이를 만나면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고, 꽃이나 산 같은 어리석은 자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를 짓게 된다. 대지와 같은 푸근한 마음을 품으면 ‘향 싼 종이에서 향 내 난다.’는 말과 같이 사람은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줄 모를 뿐이라는 것을 대지의 품에서 알 수 있다. 즉 향을 싼 종이는 향을 없애도 향이 종이에 배여서 다른 사람에게 오랫동안 향을 풍길 수 있다.
곧 매서운 겨울을 지나 모든 대지에 생기가 도는 봄이 시작된다. 겨울을 이긴 냉이의 풋내가 식탁을 즐겁게 하고, 냇가의 버들강아지가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대지의 품을 기다린다.
우리 모두가 대지의 인내와 배려를 품은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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