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에 사랑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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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에 사랑 담아”
  • 보은우체국장 최문호
  • 승인 2013.12.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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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우체국장 최문호
12장이 빼곡하게 남은 달력이 어느새 12월 한 장만을 남겨두고 그 12월도 이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만 남았습니다.

한해가 저물어가고 희망찬 새해의 시작을 아우르는 연말이 되면 존경하는 분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고마움을 담아 연하장을 보내곤 했습니다. 때론 한자 한자 정성스레 직접 글자를 쓴 고풍스러운 연하장을 창가에 쭉 펼쳐두고 그 속에 담긴 덕담을 되새겨보며 자랑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휴대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일률적이고 단편적인 연말인사가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팸문자의 홍수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빨라야 하는 통신 속도의 경쟁속에 기다림의 여유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단비였던 편지는 없어지고 사업홍보를 위한 DM우편물이나 고지서만 가득한 우편수취함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 또한 메말라가며 각박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실이다 보니 집배원을 대하는 고객들의 표정이 그 옛날 반갑고 정답게 인사하는 가족같은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10여 년 전만 하여도 집배원이 동네에 나타나면 학생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혹시 자기 집 편지가 있는지 물어보고 반갑게 정을 나누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옛날 선조들은 유배지에서도 매일 매일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 처자식에 대한 걱정과 애틋한 사랑. 자식에게 꼭 일러주어야 할 것들을 꼼꼼히 적어
서신으로 전하였습니다. 또한 일륜지대사인 결혼을 할 때에도 “혼서지”라 하여 귀한 딸을 아들의 배필로 허락하여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보내는 편지를 비단보자기에 정성스럽게 싸서 혼수함에 넣어 보냈습니다.


이제 우리들도 옛날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하얀 종이에 존경 했던 분, 삶에 도움을 주신 분, 사랑하는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에게 평소에는 서먹서먹하여 말로써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편지를 통하여 정답게 소통하여 보기를 소망해 봅니다. 전화,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딱딱하고 고정된 활자에서 벗어나 비록 예쁘고 멋잇는 필체가 아니어도 정성으로 그려진 “나의 글”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본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한 감동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은사님,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나의 글”로써 편지나 연하장을 통해 쓰게 된다면 분명 삶은 더욱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지면서 모든 인연이 소중하게 마음에 새겨질 것입니다.

오늘 그리고 지금 나의 가장 가까운 분에게 연하장에 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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