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더 꽃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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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더 꽃이기를 바라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3.05.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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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로 봐서는 봄을 건너뛰고 여름이 온 것 같은 요즘, 눈을 돌리면 사방 화려한 꽃의 잔치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추운 겨울을 헤치고 이른 봄에 보는 꽃망울과 새싹은 보기만 해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기특하게만 느껴지는데,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피면서부터 꽃 잔치는 시작되고, 영산홍이 피면 절정을 맞이하면서 계절은 슬며시 여름으로 이어진다.
꽃이 필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은 모두가 다르다. 어떤 꽃은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꽃처럼 새침하여 관리를 해줘야 하는 꽃이 있는 반면, 산이나 들에서 자생력을 뽐내는 꽃도 있다. 관리하는 식물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알맞은 조건을 인위적으로 해줘야 하지만, 자생하는 식물들은 자기가 조건을 찾아 습지를 좋아하는 식물은 음지에 모여살고,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은 양지를 찾아 살고, 고온을 좋아하는 식물은 사막에서, 저온을 좋아하는 식물들은 고지대에서 자생한다. 그러나 식물습성의 조건에 맞지 않는 열악함에서도 견디어 내고 살아가는 식물도 있다. 그것이 어디 식물뿐일까? 동물이나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악조건에서 살아가다보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인내심은 여러 곳에서도 요구된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아이가 있다. 질문을 하면 곧잘 대답을 하지만 막상 글을 쓰라고 하면 “생각이 나지 않아요.”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어요.” 한다. 다시 한 번 그 아이 하나만을 위한 설명을 또 해 주지만 별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아이는 공부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싫다고 한다. 학과공부도, 방과후도, 학원도 엄마가 하라고 해서 할 뿐 안하고 싶다고 한다.
어느 날 그 아이에게 “네가 원하는 하루 24시간을 분배해봐.” 했더니 답변은 이러했다.
“자! 아침에 푹 잡니다. 12시(정오)에 일어납니다. 컴퓨터게임을 오후 4시까지 합니다. 6시까지 놉니다. 저녁밥을 먹고 다시 게임을 합니다. 밤10시까지 게임을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라고 했다. 웃으며 단순하게 말하는 그 아이를 보면서 진정성이 없기를 바랐지만, 그 아이의 행동을 보면 그 마음이 진실인 것 같아 심각하다.
그 아이가 원하는 행동은 컴퓨터게임과 잠, 그리고 노는 시간, 먹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평소 태도는 아주 산만하고 집중력이 없으며 약간의 무력증까지 보인다. 그 아이한테는 생활에 대한 의욕과 여러 가지 학과에 대한 관심, 자양분이 될 수 있는 동기유발이 필요한데, 그것을 찾지 못해 늘 고민이다. 전문가의 상담도 필요한 것 같다. 내 영역에서는 제시한 글을 잘 쓰고 못쓰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고, 그 아이의 변화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꿈과 자존감을 북돋아 주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아이도 꽃을 피우는 기간이 길어진다 해도, 어떤 꽃이 될지는 몰라도,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는 날은 올 것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같은 꽃이지만, 더 큰 꽃을 피우고, 더 향기를 뿜어내는 꽃이 있고, 피는 시기도 조금씩 다르다. 벚꽃이 피는 시기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남쪽과 북쪽이 다르고, 우리 지역에서도 보은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는데, 말티재를 넘은 속리산에는 꽃망울만 맺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청천 둑길의 벚나무 길을 올 봄 몇 번 산책하면서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니, 어떤 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먼저 꽃을 피우고, 한 나무에서도 양지쪽이 먼저 피고 또 꽃송이도 한꺼번에 활짝 피우지 않고 꽃망울이 함께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사람 역시 비슷한 조건에서 유년기를 맞고 성장하지만, 꽃의 크기와 피는 시기는 모두가 다르고 누구나 꽃을 피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좀 더 빠른 시기에 꽃을 피우기 위해, 조급해하며 아이를 닦달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된다.
때때로 우린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빠지며, 난 어떤 색깔과 향기와 모양을 지닌 꽃이며, 주변사람들이 느끼는 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때론 자신이 꽃보다 더 꽃이기를 바라며, 늘 자신의 꽃은 피고 진다고 생각한다, “내일의 모든 꽃은 오늘의 씨앗에 근거한 것이다.”라는 중국속담이 있듯이 보다 나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존감을 갖고 좀 더 생산적인 시간과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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