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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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3.05.0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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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배출대대라는 곳에서 전출 명령을 받고 서울 용산에 있는 육군 정훈 학교로 가게 되었는데 그 날도 오늘처럼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당시 정훈 학교라고 하면 장관, 국회의원이나 별 짜리 빽이 아니면 갈 수 없다고 할 만큼 군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곳이었는데 운이 좋게도 촌놈인 내가 그 학교의 교육생으로 차출 되어 가게 된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일선 부대에 문맹 병사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3개월 동안 사병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을 교육 받게 되었는데 정훈 병과 장병들의 주 된 임무는 군인의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정훈 학교에 도착 하여 제일 먼저 받은 것이 원 모양의 부대 마크 견장이었는데 그 마크는 총과 칼이 X자 같이 교차 되는 윗부분 가운데에 펜촉이 있고 그 위에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되어 있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즈 베이컨의 말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는 것이 많으면 편리하게 되고 모르는 것이 많으면 그 만큼 불편하고 어려움도 많게 마련이다. 지난해 말에 승용차를 가스 차로 바꾸게 되었는데 주행 중에 엔진이 꺼지는 바람에 보험 회사에 긴급 출동을 요청 하였더니 기사가 와서 보고는 가스 차단 장치가 눌러져 있다며 금방 시동을 걸어 주었다. 가스 차를 처음 운전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잘못하여 주행 중에 가스 차단 단추를 눌러버린 것인데 그 것도 모르고 고장인줄로 만 알고 낭패를 당했던 것이다. 그래서 기사에게 알아야 면장을 한다더니 모르는 것이 죄라며 웃은 적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평생을 배우고 익히면서 살아가게 되는데 스스로 알고 깨닫게 되기도 하지만 남에게 듣고 배우고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되는 경우가 더 많게 된다. 과거 우리나라 대부분의 백성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무지하여 나라를 빼앗기는 뼈아픈 과거가 있었지만 그때도 애국 선각자들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외치며 국민 계몽에 나선 것을 알고 있다. 교육의 척도는 그 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것이 되고 개인에게는 그 사람의 인격과 인품은 나타나게 하는 바탕이 된다. 사람이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먹고 번식하는 원초적인 동물적 생존이 아니기에 사람의 도리와 인격의 가치를 높이는데 있다고 본다. 내가 배우고 익힌 지식이나 기술로 직업을 택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보다는 내게 있는 지혜나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아니 되는 기본의 원칙을 알고 지키는 것은 물론 공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되었고 교육열은 세계 제일이지만 인성 교육보다는 지식위주의 교육 제도는 지금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원(學園)이라는 학생 잡지를 읽다가 玉不琢不成器 人不學不知道(옥불탁불성기 인불학부지도)라는 한자 성어를 보았는데 며칠 후 공교하게도 국어 선생님께서 이 말을 칠판에 쓰시고는 뜻을 아는 사람 있으면 말 해보라 하시기에 손을 들고 “옥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알 수 없다”라는 뜻이라 답`하였더니 예기 서에 있는 말인데 어떻게 아느냐고 하셔서 사실을 말씀 드렸더니 칭찬 해 주시면서 옥을 갈고 다듬어서 좋은 구슬이나 그릇을 만드는 것처럼 사람은 배우고 익히면서 좋은 마음의 그릇을 만들어 삶의 지혜를 담아야 하며 좋지 않은 마음 그릇에 지식만 담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라고 가르쳐 주신 기억이 난다.
세상의 어느 학문보다도 가장 어려운 학문이 철학과 신학이고 그 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자신을 아는 것이라 헸다. 신학은 보이지 않는 신과 영적 세계를 탐구 하는 학문이기에 영적 사상이나 신앙이 각기 다른 사람에게는 인정을 받기가 어렵고 철학은 삶의 진리와 방법을 제시 해 줌으로 공감을 얻는 다 해도 그 것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으니 그렇다고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우랴 싶어도 지금까지도 내가 나를 알지 못하고 있고 또 성현들께서 하신 말씀이니 이제라도 나를 알아 가는 공부를 열심히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내가 나를 알게 되면 부끄럽고 초라한 내 모습에 실망하여 어쩌면 모르고 사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지만 손자병법에도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했으니 그래도 나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은 아는 만큼 생각하게 되고 아는 만큼 보게 된다는데 그래서 “지혜가 많으면 번민이 많고 지식이 더 하면 근심도 더 한다”고 한 지혜의 왕 솔로몬의 잠언처럼 삶이 더욱 복잡 해 질런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는 것이 힘”이란 사실은 분명 한 것 같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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