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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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 예찬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3.02.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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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왔다고,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고 새로운 다짐을 했던 시간이 한 달이 훌쩍 넘어 두 달이 가깝다. 머뭇머뭇 하다 보니 시간은 성큼성큼 내 마음을 앞선다.
모든 사람들이 새해가 되면 계획을 많이 세운다. 한 예로 들면 헬스장은 만원인데 비해 담배의 수요는 준다고 하는데, 지금쯤은 실행의 의지로 조금은 긴장되었던 마음이 풀어져 예전의 모습으로 슬그머니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지금도 “~을 할 것이다.”를 반복하고 있는지, 이미“~을 했다.” 또는 “~을 하고 있다.”란 작은 결실을 이루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인 것 같다.
나 역시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중에 계획에도 없던 일을 한 가지 했다. 손뜨개로 예쁘고 따스한 모자와 워머를 짰다. 지금까지 손뜨개를 해 본 것은, 고등학생일 무렵 벙어리장갑을 한두 번 정도 떠 보았고, 결혼 초에 솜씨꾼인 직장동료가 스웨터 뜨는 것을 보고 남편의 스웨터를 뜬 것이 전부다. 카키색으로 짠 스웨터를 뜨면서, 지루해 할 때면 손 빠른 그녀가 떠 준 것은 물론 팔과 목 주변의 멋진 칼라를 다는 것과 줄이는 것 등 난이도가 있는 것은 그녀가 해주었다. 그 스웨터가 완성되어 입혔을 때의 뿌듯함과 성취감은 정말 컸다. 비록 반 이상 동료의 손을 빌렸지만 그 때 참 잘 떠 입혔다는 자긍심과 그 옷을 입었던 젊은 날의 남편모습을 떠올 릴 때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그 뒤, 직장, 육아, 살림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손뜨개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던 중 올 겨울 들어 선배가 털모자를 열 개 이상을 떠서 두 딸과 사위, 아들과 며느리, 손녀까지 예쁘게 쓰는 것을 보고 손뜨개에 도전을 했다.
수예점에 가서, 기초 뜨기인 겉뜨기와 안뜨기를 하는데, 30년 전에 코바늘을 만져보고 처음이니 자신도 없고 어려웠다. 고무뜨기 4cm를 뜨는데 4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조금씩 늘어가는 재미에 이틀 만에 모자를 완성했다. 그런데 모자를 너무 촘촘하게 떠서 별로 테가 나지 않았고 거칠었지만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만족했다. 실이 남아 더 실을 구입하여 워머를 뜨기 시작했다. 모자를 뜰 때는 모양이 어떻듯 늘어가는 것에 그저 열심히 떴는데, 워머를 뜨는 과정에는 뜬 것을 보며 짜증날 때가 있었다. 그것은 일정하게 뜨지 못하고 간격이 울퉁불퉁하고 거칠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자를 너무 촘촘히 뜬 것에 팁을 얻어 좀 헐렁하게 떴는데 워머는 모자와 달리 촘촘히 떠야한다고 하니 반대로 뜬 것이다. 그래도 완성을 하여 모자와 워머 세트를 하고 다니는데 예쁘다는 말을 들어 기분은 좋다.
손뜨개를 한 뒤, 손뜨개는 기술이 부족하면 사는 것만 못하다고 아예 도전을 못했던 지난 시간이 후회스러웠다. 성장하는 내 아이들 옷을 뜨는 과정에, “엄마가 지금 뜨고 있는 것은 네 것이야. 예쁘게 떠 줄게.” 말하기도 하고, 때때로 놀고 있는 아이를 불러 뜨개 한 것을 아이의 몸에 대보며 작지나 않을까 하는 작은 고민을 해보지 못한 것과, 아이는 엄마가 손뜨개 하는 모습을 보며 곁에 와서 “엄마! 이거 언제 입을 수 있어?”하며 재촉 하는 것을 못해본 것이 무척 아쉽다. 때로는 뜨개 해놓은 것이 궁금하여 아이도 해본다고 만졌다가 떠놓은 일부를 풀어야 하는 것도 겪을 수 있었을 텐데... 손뜨개 하는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사랑이 듬뿍 들어가 더욱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손뜨개를 입히는 것, 이 모든 것이 소소한 행복이란 것을 왜 몰랐을까? 이렇게 행복은 많은 시간과 노력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가보다.
우리의 계획은 실행을 내일로 미루는 것이 많지만, 손뜨개에 몰입하다보면 계획보다 일찍 끝내게 된다. 우리의 생활 속에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 손뜨개처럼 모든 일을 수행한다면 성공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정말 할 수 없는 분야인 것 같았던 손뜨개를 하면서 난 또 다른 자신감을 찾았다. 본인이 생각을 바꾸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는 순간부터 우린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체험을 통해 생각의 날개를 펼치게 해준 주변사람들이 고맙다. 우린 끊임없이 주변의 환경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는다. 나도 주변에 좋은 씨앗을 나눠주고 좋은 씨앗을 받아 내 마음의 밭에 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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