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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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3.01.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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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서울 가는 길에 청주에서 지갑을 손에 들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서울행 차에 올랐다. 차가 막 출발하는데, 순간 지갑이 생각이 나서 배낭을 열고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머릿속이 하얀 것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핸드폰 덮개를 열었다. 덮개 안쪽에 늘 갖고 다니던 신용카드도 보이지 않았고, 점퍼와 바지주머니에도 단돈 백 원이 없었다.
서울에 도착하여 목적지까지 가야할 일이 막막하여, 지갑을 찾기 위해 버스기사보고 내려 달라고 하며 나도 모르게 “어떡하지. 돈이 하나도 없는데 주차장까지 짐이 무거워 걸어 갈 수도 없는데...”라며 다급한 말을 했다. 옆에 탄 사람이 재빨리 지갑을 열어 삼천 원을 주었다. 고맙다고 고개를 몇 번이고 꾸벅거리며 내렸는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방향감각을 잃어 주차장이 어딘지 또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길가는 사람에게 물어 보았고, 횡단보도를 건너 택시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안내소로 달려가 내가 잃은 물건이 접수되지 않았는지 확인해보니 없었다.
지갑에는 신분증과 신용카드, 보안카드, 교통카드 등이 있었고 지인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현금이 조금 많았다. 화장실과 주변을 찾아보았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차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돌아온 시간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남편에게 “지갑을 잃어 버렸는데 지금, 카드도 돈도 하나도 없고, 우선 카드부터 정지를 시켜야 하고 난 어떡하지.”라며 전화를 했고, 얼마 후 남편이 내게 왔다. 남편은 액땜 한 것이라 생각하라며 신용카드와 돈을 건넸다. 차에 오를 때 까지 무거운 배낭을 올려주며 “지갑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다 잊어버리고 잘 다녀와.” 하였다. 그런 남편의 말에 위안을 받았고 그저 고맙고 든든했으며. 다시 한 번 가족에 대한 버팀목을 느끼게 했다.
차에 타고 가면서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우린 나쁜 일이 생기면 자신의 부주의부터 시작하여 남까지 탓하곤 한다. 반면 운 좋은 일이 생길 때는, 그 반대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갑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난 누구에겐가 양심을 버리게 한 기회를 준 것이란 죄책감도 들었고, 차라리 돈이 꼭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졌다. 버스에서 모르는 사이인데 다급한 내게 삼천 원을 준 사람이 고마웠고,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들도 나의 그때 상황처럼 정말 절박한 처지인지 돌아보며 외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만약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면, ‘난 누구에게 도움을 청했으며 내가 어려웠을 때, 기꺼이 달려와 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란 생각을 하며 내 주변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우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도움을 주고받고 살아간다. 난 과연 얼마만큼을 나누며 살았는지에 대한 반성도 해보았다. 아울러“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다”란 말을 떠올리며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고 지갑을 포기했다.
그 날 밤 아주 늦은 시간에, 청주 내 지구대에 분실한 지갑이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후 지갑을 찾아왔고, 찾아준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에 사례를 했다.
결과적으로 지갑을 찾아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으로 겪은 고생은 많았다. 이렇게 우린 예고 없이 삶의 여정이 펼쳐진다.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이 꼬이고 어떤 일이 잘못되어 가는 상황도 온다. 그런 걸 서양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로 '머피의 법칙(Murphy' law)'이라고 한다. 반면 우연히도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가리켜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라고 한다. 지면상 어원은 생략하고, 샐리의 법칙보다 머피의 법칙이 더 자주 찾아오고 이와 같은 법칙도 알고 보면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다고 한다. 완전한 과학적 법칙은 아니지만 심리적, 통계적 현상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과학 법칙이란다.
이것들을 예로 들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고 있으며, 언제나 양지만 음지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과 이것들이 때때로 교체되며 상황이 뒤 바뀐 다는 걸 알고 있다. 해서 성현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의 삶을 통해 영원한 것은 없고 일희일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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