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최고인 쿰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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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최고인 쿰부사람들”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09.06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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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말라야 에베레스트산 탐험기⑥
우재문 귀농귀촌협의회장
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육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혹한과 싸우며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산 정복에 인생의 도전장을 낸 사람은 바로 우재문(66·귀농귀촌협의회장)씨다. 그는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근 한 달 일정으로 부인 우혜숙(61)씨와 함께 배낭을 메고 중국을 거쳐 악천후로 인해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에 불시착, 네팔 카투만두 공항을 거쳐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까지 등정했다. 본란은 60대의 무한도전인 에베레스트 산 등정기 중 하이라이트만을 추려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로부체(4910m)에서 고락쉡(5140m)으로 가다.
새벽을 뿌리치고 해가 떠오른다. 설봉마다 만년설에 빛이 반사되어 찬란하다.
간밤에는 추워서 잠을 설쳤다. 방한복을 입고 침낭을 덮고 그 위에 이불을 덮고 자도 추웠다.
현재 외부기온 18℃다. 고락쉡(5140m)을 향하여 계속 거북이걸음으로 전진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람도 없다. 지대가 높아 숨만 턱에 찬다.
간간이 짐꾼들의 속삭이는 소리와 10명의 등반 객만이 오르고 있을 뿐이다.
야크 4마리가 많은 짐을 싣고서 종소리를 울리며 올라간다. 야크 목에는 종을 달아놓았다.
반대쪽 심한 경사면에 붙어 있다간 야크의 짐에 밀려 낭떠러지 계곡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길이래야 폭 1m에서 1.5m사이다. 높은 하늘과 가까이 보이는 설산이 내 앞에 다가온다. 희말라야 쿰부계곡을 걸어가고 있다. 모래, 자갈, 바위뿐인 황량한 대지위에 길게 뻗어 나간 가느다란 외길, 나는 외길을 빠져나와 능선 옆 사이 길로 접어들었다.
나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에 북쪽을 향해가다가 뜻하지 않게 동굴을 만났다.
동굴 안에는 배낭 두 개, 보온병 3개, 낡은 운동화 한 켤레...등등이 보인다. 이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정면 약간 왼쪽으로 푸포리(7138)m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눕체(7864)m가 가까이에 보인다.
두 봉우리가 어우러져 한 폭의 병풍 같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는 해발 5100m, 신들의 땅, 희말라야 쿰부계곡, 걸음은 나의 중단 없는 전진일 뿐이다.
주위는 달의 분화구 같다. 야크 세 마리에 감자 6포대를 싣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모자를 만났다. 어머니와 어린 아들, 여유로운 모습이다.
여자들이 옆에 있어도 여자라는 느낌이 안 든다. 일도 남자가 하는 일 거의 다하고 등짐도 지기 때문이다.
불평 없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쿰부 골짜기의 사람들, 이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볼 때 문명에 소외되고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과연 이들의 행복지수는 물질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산골마을 사람들, 물질이 결코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고락쉡에는 랏지가 4개가 있고 민가는 없다. 고락쉡에 가까이 갈수록 푸모리(7165m)가 자태를 드러낸다.
길가에서 젊은이 셋이서 돼지고기, 야크고기를 판다. 스프링저울도 있다. 나는 돼지고기 700g을 12,000원주고 샀다. 마늘은 고산증에 좋다하여 항상 배낭에 넣고 다닌다.
고산증세에는 마늘수프를 시켜먹으면 도움이 된다. 가져간 고추장을 약간 넣고 버무려서 먹으니 먹을 만하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육식이다. 다음날 계산서를 보니 가지가지 종목에 더운물 1L가 5천이나 한다. 가스를 등짐으로 져 나르니 무엇이든지 비쌀 수밖에 없다.
고락쉡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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