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말라야 에베레스트산 탐험기③
우재문 귀농귀촌협의회장
사람은 누구나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 육순을 훨씬 넘긴 나이에 혹한과 싸우며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산 정복에 인생의 도전장을 낸 사람은 바로 우재문(66·귀농귀촌협의회장)씨다. 그는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근 한 달 일정으로 부인 우혜숙(61)씨와 함께 배낭을 메고 중국을 거쳐 악천후로 인해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에 불시착, 네팔 카투만두 공항을 거쳐 희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0m)까지 등정했다. 본란은 60대의 무한도전인 에베레스트 산 등정기 중 하이라이트만을 추려 8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우재문 귀농귀촌협의회장

출발한 지 40분, 오른쪽 150° 각도로 아마다블람(어머니의 목걸이란 뜻, 6814m) 설봉인 만년설을 향하여 우리는 뚜벅뚜벅 걸었다. 흰 눈 덮인 산은 계속 나와 함께 걷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 과정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이 죽어가는 과정이 아닌가.
엊저녁에 비가오고 새벽에도 실 같은 비가 왔다. 그것이 높은 산에는 눈으로 덮이고...오전 7시부터 날씨가 쾌청해졌다. 캉주마(3625m) 마을 전에 도착한 마을에는 홈메이드베이커리(집에서 만든 독일식빵)와 야크치즈 가게가 있다.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게다.
나왕셀파가 운영하는 세자매 랏지(threesister lodge) 가게로 나왕과 세 여동생이 운영하는 가게, 식당 겸 숙소다. 나왕은 40세인데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 벽에 걸려있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이 영어를 잘한다. 의사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캉주마(Kang Ju Ma)는 서쪽과 북쪽이 얕은 산으로 막히고 동쪽 남쪽이 틔어있다. 명당자리로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가 여기인가 싶다. 십승지란 재앙이 닥쳐도 천지개벽해도 살 수 있는 10곳의 명당자리를 일컫는다.
풍기 탱가(3250m)에서 한 식당에 들러 찐만두(모모) 한 접시로 요기했다. 이곳은 외국인식당보다는 가이드나 포터, 야크몰이꾼을 상대로 하는 식당으로 값도 싸고 음식 맛도 더 토속적이다. 마을 우물가에서 물을 담아 아이오라인 한 알을 넣어 마신다. 원주민들은 그냥 마시지만 외국인들은 약을 준비해야 한다.
풍기 탱가에서 텡보체(3860m)까지는 600m의 고도를 높이는 Z자의 지그재그 경사길이다. 출발지에서는 먼저 출발하지만 그러나 그 다음날 숙박지에서 다들 만난다. 한 시간 먼저 또는 늦게 도착하는 것뿐이다.
산 능선에 위치하고 있는 텡보체에는 절이 있고 고즈넉하다. 이제는 하향 길이다.
오늘은 디보체(3820m)에서 숙소를 정했다. 맞은편 널찍한 마당에 텐트를 친 영국 팀은 비가오니 텐트를 걷기 시작했다. 2층에 방을 정하고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한다. 나는 달밧(안남미 쌀밥, 콩스프,감자에 채소가 섞인 반찬)과 아내는 셰르파 텐툭(일명 감자 야채 등을 넣고 끓인 수제비)을 주문했다. 이곳에서 20대 중반의 쌀레(짐꾼), 50대 초반의 산장지기인 샤그르, 나, 이렇게 토속주인 창을 놓고 주거니 받거니 마셔댄다. 샤그르가 한 되사면 내가 한되 사고 그렇게...함께하는 이들도 결국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착민들이다. 가난이 전생의 업이라 생각하며 운명에 순응하는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가득하다. 우리 셋은 부엌 한 귀퉁이에 앉아 격의 없이 웃어가며 창(한국의 막걸리와 비숫)을 비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현재 외부기온이 5℃, 방의 온도는 6℃다. 난방시설이 없으니 별 차이가 없다. 머리맡에 물병, 랜턴, 휴지를 두고 잔다. 용변을 보려 해도 밤중에는 전기사정이 열악하여 전기도 끊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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