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빠른 고령화를 보여주듯 충북 보은군은 80세 이상 노인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경로당을 열었다. 60세 이상부터 이용하는 일반 경로당은 부자지간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등 말로 풀지 못할 불편이 많아 80세 이상 노인들끼리 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을 신축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100세시대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늙어가는 시대이다. 즉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우선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만 마냥 의지할 수 없게 되었다. 예전에는 자식농사만 잘 지어두면 노후는 별 걱정이 없었지만 이제는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에 늙은 자녀에게 부양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은퇴대국’ 이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가족관계가 변화하고 있는데 가족간의 사랑보다는 ‘돈’이 “사랑받는 노인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자녀와의 관계가 끈끈하게 유지되는 노인들의 특징은 매월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가족관계 즉 자녀는 부모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모셔야 한다는 이상적인 가족상이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이러한 가치관은 퇴색하고, 경제력이 가족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것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령화가 진척되면서 연금은 단순히 생활비 이상의 개념으로 가족간의 유대를 있는 끈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사회에서도 노후준비수단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지역가입자와 가정주부들의 임의가입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의 350조원 돌파와 수급권자가 33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연금제도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제도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수급권자 등의 입소문을 통해 제도에 대한 필요성과 신뢰도가 크게 높아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노후준비를 위해 부부가 함께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는 인식도 크게 확산되고 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장수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몇 억을 모아두는 것보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 생활비 정도를 꾸준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교육비 등 자녀 뒷바라지로 인해 정작 본인의 노후 준비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튼튼한 노후준비로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부모가 나중에 자녀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자녀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연금에 대한 투자가 노후 자녀들의 부양부담을 덜어주는 길이고, 효자 자식을 하나 더 키우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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