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유통, 주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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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유통, 주인이 없었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2.02.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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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속리산유통을 유지하려면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게 이사진의 생각이다. 현재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10억 원이다. 이를 잘 활용하고 기본급 150~200만 원 선에 성과급을 얹어주는 조건으로 보은지역출신이 대표를 맡아 경영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발언해 달라.”
속리산유통 경영관리팀장, “현재 자본금 32%가 잠식돼 있다. 실제적으로 부동산 처분하고 보증선 자산들 자동차 등 청산비용 등을 감안하면 청산가치는 32%를 훨씬 상회할 수 있다. 반대로 지속 시의 경우 농산물 여건상 운영수익 발생이 쉽지 않다. 다른 유통회사도 양파 마늘 등에 투자했다가 대량결손을 봤다. 서울 식당운영, 한우 도소매에서 실패했다. 역량에 비해 힘들지 않았나 싶다. 결국 강남매장 정리하고 농산부분과 도매만 남았다. 현재 운영 관리한다면 농산부분에 집중하고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운영비 약 10억 원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농협과 축협의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최소인원으로 농산인들의 전문인력도 구성되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매장 축산부분만 4억 7500만원이 소요된다.”
장안면의 주주, “소액주주들은 판단을 못한다. 임원진의 판단과 군수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대주주의 입장에서 소신을 밝혀 달라.” 산성리 주주, “이득을 생각하기보다 유통회사를 통해 농산물 판로를 찾아야 한다. 청산 시는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의장, “찬반 의사를 먼저 묻고 이에 따르겠다는 의사(군수가)를 보내왔다. 그 권한을 소액주주들에게 줬다.”
군수 의사진행 발언 요청, “군수는 대주주일 뿐이지 대표해임 등을 행할 권한이 없다.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농식품에 건의했지만 자본과 경영 분리란 지침에 따라 군은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어 경영에 참여하지 못했다.”(관련기사 참고)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해제찬반 투표 직전 오간 말들이다. 결국 주주들은 유통회사 간판을 내리는 데 힘을 실었다. 이날 뿐 아니라 그동안 수 십 차례 이사회와 대주주 연석회의 등을 열고 유통회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지만 활로를 찾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탈출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태서 이번 일은 어쩜 잘된 일인지 모를 일이다.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버틸수록 누적적자는 쌓이는 게 불 보듯 훤한 이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최대 지원 30억 원을 내걸고 시군유통회사를 만들어 공동출하를 권장했다. 여기에 보은군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됐다. 하지만 냉철히 보면 보은군과 시군유통회사는 당초 맞지 않는 여건이었다면 비약일까. 무엇보다 유통회사를 꾸려나갈 기반이 척박했다. 보은군을 대표하는 공동브랜드와 경험도, 농산물 규모도 무엇 하나 제대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상태서 출발했다. 풍부한 유통경험을 지녀 협조를 기대했던 농협과 축협 등과는 오히려 가격경쟁으로 눈에 가시 같은 경쟁자로 작용했다. 유통회사도 식당 등 주먹구구식으로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고 소액주주들도 당초 계획대로 나아가지 못함에도 목청 한번 제대로 내지 않았다.
지분의 절반을 갖고 있는 보은군도 자본과 경영분리 원칙에 발이 묶였다는 명분으로 적극적이질 못했다. 군의회도 유통회사 운영활성화를 위한 자금인 연리 1%, 3년 후 일시상환 조건의 융자금 21억5000만원에 대한 채무보증 승인안 거부와 후에 질권설정으로 묶인 원물확보 자금 15억원에 대해서도 외면했다. 애초 의회가 승인을 하지 않았다면 출범도 강남매장 매입도 하지 못했을 텐데, 후에 속리산유통과 관계의 선을 확실히 그었다. 모두가 보조금만 쳐다본 것은 아닌지. 주인 없는 유통회사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실패 교훈을 던져준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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