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필요한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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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필요한 인내심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12.0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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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날이다. 마음은 성급하게 하얀 눈이 기다려진다. 2주 전의 일이다. 그 날 일정이 세 가지가 겹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일주일 이상을 갈등했었다. 지인 딸의 결혼식, 관심 있는 분야에 참여했던 프로그램에서 실시하는 안면도에서의 일정, 또 하나는 한 달 가까이 다녀오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는 것이었다. 사회적인 것, 자기계발적인 것, 자녀관리 그 중에 내가 선택한 것은 내 아이들이었다. 두 가지를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무척 컸지만 내게 가장 우선적인 것은 내 일이 아니고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남자는 사회적이고 여자는 지극히 사적이라고 한다. 그 사적인 것 중에, 자기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성본능에서 나오는 자녀와 관련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엄마는, 자녀 돌보는 일에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자녀에 대해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갖는다. 그 사랑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거나, 충분한 물질적인 지원, 지나친 관섭 등 표현 방법에 따라 아이들이 받아 드리는 결과는 달라진다.
자녀교육은 정답이 없다지만 아이들은 부모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야 하고, 부모자녀간의 원칙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그 원칙은 개개인의 자녀교육 가치관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과 꼭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정해놓고 상황에 따라 바뀌지 말고 언제나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해야 할 일이 참 많아서 바쁘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육을 지도하면서,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엄마의 강요에 의해 신청했다는 아이도 있고, 대부분 사설학원을 다닌다. 아이들이 학교교육 외에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방과후 교육 과목으로 예체능을 비롯하여 수학교실 영어교실 등이 있고, 사교육으로 학력과 관련된 학원도 많다. 그 과목을 선택할 때 부모는, 자신의 입장에서 하지 말고 아이의 능력을 파악하고, 아이의 의견도 듣고 그 과목의 필요성을 충분히 대화를 통해 이해를 시킨 다음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후, 아이는 자기가 선택한 과목을 충실하게 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중간에 아이가 싫증을 내고 힘겨워한다고 해서 그만두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어른들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잘 극복하지 않던가! 아이에게도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그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부모는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과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마무리까지 갔을 때의 차이는 아주 클 것이다. 그래서 꼭 해야 할 일은 끝까지 가야한다는 걸 주입시킬 필요가 있다.
내가 가르치는 초등1학년 아이 중에 여자같이 얼굴이 뽀얀 남자아이가 있다. 지난 1학기 때 만났는데, 수업 때마다 “잘 모르겠어요.” 한 두 줄 써놓고 “더 이상 못쓰겠어요. 생각이 나지 않아요.”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끝난 다음까지도 남아서 써야 하곤 했다. “집이 어디야?”하고 물어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매사에 모른다는 대답을 하는 아이였다. 약간의 무력감까지 있는 이 아이가 글쓰기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석도 없었고, 그 무더운 여름방학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참석을 했다. 2학기 때 접어들어 일부 아이들이 빠지고 또 일부 아이들이 들어왔는데 포기할 것만 같았던 그 아이는 꾸준히 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이번에 문집을 만들려고 아이작품을 쭉 살펴보니, 조금씩 발전해 나간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보통아이들과 달리 그 아이는 많이 힘들어 했는데 자신을 극복하고 수업을 빠지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글을 겁내지 않고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작품들을 보면서 아이의 인내심을 배워야겠다는 생각과 아이가 정말 고마웠으며 방과후 학교를 믿고 자녀를 꾸준히 보내주신 그 아이의 엄마한테 감사함을 느꼈다.
누구나 꽃을 피우고 또 열매를 맺는다. 다만 그 꽃이 얼마나 좋은 향기를 뿜게 될지, 그 열매가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이들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불필요한 비바람을 막아주고, 칭찬과 아이를 인정하는 자양분을 아낌없이 준다면 분명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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