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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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단상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11.1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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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날짜 별로,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는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찰과 교회 등에서 수능자녀를 둔 학부모의 기도하는 모습,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 등 많은 풍경을 보여줬다. 그럴 때마다 이미 학부모의 입장에서 두 번의 수능을 경험했지만, 마음이 떨리곤 한다. 수능시간표에 의해 시험이 끝나는 시간에는 입시학원장이 나와 시험의 난이도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고 저녁 9시 뉴스에도 수능에 관련된 내용이 가득할 것이다.
수험생이나 학부모에게 수능이란 큰 관문이라 생각한다. 성적 결과는 어느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기준이 되고,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따라 아이의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지난 다음 이미 수시로 진학이 결정되지 않고 정시로 가야하는 경우, 많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두 아이를 다 정시로 보내면서, 구술과 논술 등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룬 다음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다. 두 아이가 선택한 최상의 대학은 실패로 끝나 실망감을 가져다주었지만 차선의 대학이 결정되면서 내게 남은 것이 있었다. 그 것은 한 아이 대학진학이 끝날 때 마다, 하얀 머리카락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다. 목숨을 대신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인데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이제는 수능 시기가 돌아오면 느긋하게 수능자녀가 있는 주변사람들에게 선물할 찹쌀떡과 초콜릿, 엿, 문화상품권 등을 고르며 시험대박을 기원하곤 한다.
이제 수능을 마치면 아이들은 긴장에서 좀은 벗어나고, 다음 단계로 대학을 진학할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수능의 한고비를 넘기면, 아이를 대학에 있는 지역에 보내게 되어 걱정의 끈이 또 하나 생기게 된다. 아이가 부모를 떠나 어떻게 생활을 잘할까? 아이를 독립시켜야 하는 부모의 심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아울러 학교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 숙소도 마련해 줘야하고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새로운 생활에 대한 부푼 꿈과 부모의 애정과 관심이 답답하게 느껴져 그 것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에 한껏 들뜨게 된다.
그렇게 새 학기와 함께 대학생활이 시작하면, 선배들과의 만남 그리고 학업에 바쁘게 정신없이 보내는 틈틈이 객지생활이 외롭다는 것과 부모의 품이 그립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몸이 아팠을 때, 홀로 기숙사나 하숙방 아니면 자취방에서 누워 있을 때의 서러움, 그 때 부모의 사랑이 간절할 것이며 서러운 마음이 들 것이다. 이것 또한 독립에서 오는 성장통일 것이다. 해서 처음에는 매주 집에 다녀 가다가 차츰 홀로 꾸려 가야할 생활에 적응과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집을 다녀가는 횟수가 적어진다. 그렇게 아이가 부모한테서 독립을 할 때도, 부모는 노심초사 자식 걱정을 놓지 못한다. 밥은 제대로 먹을까? 학교생활은 제대로 하는지?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보다 친구한테 그것도 이성 친구에게 더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제 길은 자신의 몫이라고 하면서 마음속에서 아이를 독립시키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아이는 일이년 실컷 대학생활에 젖어 시간을 보내면서 차츰 자신이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진로를 정립하게 되면서 취업준비를 한다. 그래서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게 된다. 그걸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이만큼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기의 길을 찾아서 가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들은 현재 이 단계에 와 있다. 해서 내 생활의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아이들 집을 오가는 것이다. 서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집에 격주에 한 번씩, 보통 2박 3일정도 다녀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시골에 사는 친정어머니가 자녀를 위해 갖가지 농산물을 보따리에 싸서 머리에 이고 양손에 들고 걸음걸이도 제대로 못해 뒤뚱거리면서 서울역에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보따리가 풀어져 과일이며 농산물이 데구르르 구르는 경우도 본다. 나도 똑 같다. 아이들 먹을거리를 배낭에 가득 채워 어깨에 매고 양손에 들고 시외버스와 지하철 택시 5번을 갈아타고 아이들 집에 도착한다. 그 과정이 힘들지만 또 아이들 집에 가면 할 일이 태산이다. 이 생활이 아마 부모나 남편을 위한 것이라면 생색을 몹시 냈을 것이고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를 위한 것에는 무엇이든 못할 것 없는 것이 모성본능인 것 같다. 이런 내 생활을 보면서, 사위와 며느리 그리고 손주가 있는 사람들은, 비록 아이들을 위해 오고가는 서울길이 고생스럽지만 이것이 사는 재미라며 제 식구끼리 있을 때가 좋다고 말한다. 그 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생각은 새 식구를 얻게 되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내 자리에서 일어나, 메타세콰이아가 서 있는 곳을 향했다. 노란색과 빨간색의 중간쯤 되는 색으로 예쁘게 물들은 잎들이 일부는 나무에 매달려 있고, 바닥에 깔려있다. 그 길을 걸으며 수능을 마친 아이들의 만족된 모습을 기대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메타세콰이가 뿜어내는 쾌적의 향기가 내 마음과 몸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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