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의 시세계인 ‘유령’ ‘운명공동체’ 새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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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환의 시세계인 ‘유령’ ‘운명공동체’ 새 조명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9.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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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오장환문학제 학술세미나 ‘시와 정치’
▲ 지난 23일 보은문화원 시청각실에서 개최된 제16회 오장환문학제 ‘시와 정치’ 학술세미나에서 각각의 주제발표를 놓고 질의응답을 통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오장환의 시에서 출현하는 ‘유령’ ‘운명공동체’ 같은 드러나지 않은 존재들의 생동적이고 체감적인 시세계가 새롭게 온전히 규정되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3일 보은문화원 시청각 실에서 진행된 제16회 오장환문학제 ‘시와 정치’주제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결론지어졌다.
보은문화원 주최, 오장환문학제추진위원회 주최 (사)한국작가회의충북지회 주관으로 실시된 이날 학술세미나에는 장성규(서울대)교수의 ‘오장환 시에 나타난 미학적, 정치적 급진성의 매개로서의 아방가르드적 성격’의 주제발표와 이기성(이화여대)교수의 ‘운명, 시인들의 공동체’란 주제발표에 4명 토론자와 함께 질의응답 통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다음은 주제발표에 따른 토론내용.
주제발표 ▲장성규(서울대)교수=오장환의 초기 시편 들 중 ‘카메라 룸’에 대한 평가는 주로 오장환 특유의 ‘전통’과 ‘근대’에 대한 부정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그 성과에도 불구, ’카메라 룸‘을 일종의 ’과도기적 습작‘으로, 아방가르드적 성격을 뚜렷이 나타내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문학이 지향했던 이러한 문학적 관점을 근대적 인식체계의 한계를 모색해 보는 것은 필연적이다. 오장환의 ‘카메라 룸’은 그로테스크의 감성과 해방적 근대성에 입각한 일련의 기획들의 좌절, 기술적 근대성의 전면화로 불안과 공포의 감성구조를 생산 유통시키고 있다. 오장환의 의식은 작품 ‘고래’에서 시인의 비판적 인식인 아방가르드적 성과로 감성구조의 재생산 기제를 전복하는 기제로 작동하여 자의식은 장시의 실험을 통해 뚜렷한 현실의식과 결합된다. ‘전쟁’ ‘수부’의 두 편의 장시는 모두 아방가르드적 성격과 현실 모순에 대한 정치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즉, 1920년대 임화의 아방가르드적 시를 계승하며 이후 1960년대 김수영의 아방가르드적 경향으로 이어지는 문학사적 흐름 속에서 오장환의 아방가르드적 성격이 재평가될 필요성이 있다.
질의 ▲한상철(충남대)교수=최근 문단에서 벌어진 ‘시와 정치성’ 논쟁과 1930년대 오장환의 아방가르드의 특성을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실 속에서 대중적 감성구조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명명될 수 있는가, 불안과 공포는 시대의식으로 구체적인 언급으로서 오장환 시인에 대해 풀어내는 것이 적당한가.
▲장성규 교수=1930년 중반 역사적으로 군국주의 강화로 관심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의식으로 각각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억압, 이데올로기 등 감성의 형성이 반영돼 비공식적인 기록으로의 문학적 특성을 띠고 있다. 감정구조는 불안과 공포다. KAFF의 붕괴로 근대적 질서는 대중민중 의식에 녹아져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의 감성이 오장환의 장시에 표현되고 있다.
질의 ▲고명철(광운대)교수=오장환의 전후 한국 시사를 고려한 아방가르드의 전모를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아방가르드는 미적 자율성의 성채에 갇힌 채 속류적 전위성에 도취되어 있지 않다. 그것을 추구하는 당대 정치사회적 삶과 현실의 맥락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주제발표 ▲이기성(이화여대)교수=‘운명, 시인들의 공동체’에는 1930년대 후반과 해방기의 연속성으로 ‘플래시백의 독법’으로 파시즘의 외압과 역사적 전망의 상실 의식이 시대적 감수성을 지배하며 시인의 언어와 감각을 기율하였다. 백석, 오장환, 윤동주 등의 시인들은 이러한 시대적 의식구조 속에서 내면의 발견을 통해 ‘자화상’ 출현과 ‘운명’의 문제로 내적발화가 시작된다. 1930년대 프로문학의 선두주자였던 임화의 는 파시즘의 폭압을 맞아 급격하게 내성화되는 독법을 유지한다. 플래시백의 독법은 해방기의 고백/정치의 언어를 통해 1930년대 시를 다시 읽어보는 작법이다. 또한 해방직후 문단의 일차적 과제로 자기비판의 문제는 공적 담론의 장에서 주체의 내면을 드러내는 고백의 정치학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것이 해방기 임화의 ‘봉황각 좌담회’에서다. 이곳에서 민족문학론을 구축하는 등 활발한 자기비판 의식이 탄생한다. 시인으로서의 운명의 자각은 1930년대 후반의 시인들의 공통의식이었다. 백석과 오장환 등은 저주받은 시인-주체로서의 자의식을 통해 1930년대 후반의 어둠을 견뎌나간다.
질의 ▲정은경(서울대)교수=임화가 ‘운명’을 ‘시인의운명이라 했고 긍정하고 사랑했다는 것은 비약적이라고 본다. 임화의 시세계를 특정 짓는 ’운명‘에 대한 부연설명을 부탁드린다.
▲이기성 교수=1930년대 ‘밤길’ 40년 ‘찬가’는 운명의 재조명이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미래가능성을 연다. 임화, 오장환, 백석으로 이어지며 30년대 후반의 ‘운명’은 불안을 담고 있는 모호한 시어로 해방을 점칠 수 없었던 상황에 표현됐다.
질의 ▲김영범 시인=어느 한 시인의 시적 변모과정을 연속성의 관점으로 해명하는 작업의 의미는.
▲이기성 교수=연속성이란 초기 시부터 ‘일관성’이지 ‘동일성’이 아니다. 30년 후반기의 시가 40년 대 후반기의 해방시를 묶어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독자의 관점에 따라 시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연속성’이란 시대적 의미보다는 ‘관계성’을 말하려 한 것으로 이해되면 좋겠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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