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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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1.08.2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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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한 편이 좋으면 다른 한 편이 울고 또 다른 한 편이 좋으면 다른 한 편은 울고...’
도대체 어디다 장단을 맞추고 사는 것이 옳은 일인지 모를 일이 또한 세상이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편적 복지’에 항거, 단계적인 ‘선택적 복지’에 대한 정책 실현을 위해 서울시장직 사퇴란 주장을 하며 24일 무상급식에 대한 투표가 실시돼 떠들썩하다.
보은지역에서도 그동안 무상급식이다, 친환경 쌀 지원이다 해서 언론의 지면 보도는 물론 방송세례까지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군 의회는 이번 2차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4대 3이란 의원 간 이견차를 무시하고 ‘우수농산물지원’ 명목으로 친환경 쌀 차액지원금 7445만원 예산은 통과시키고 유치부, 고교생 학교급식비 지원 명목인 4738만 원은 전액 삭감하고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군 의회는 현행 ‘보은군친환경 학교급식 지원 조례 안’에 근거해 친환경 쌀 차액 지원예산 대신 유아와 고등학생에게도 급식비 부담을 다소라도 덜어주자는 취지를 굳건히 고수해왔다. 하물며 모 의원은 신문에 직접 투고까지 하면서 이에 대한 뜻의 정당성을 적극 부르짖은 바 있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 군의 재정 형편은 어떠한가.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주기 어려워 지방채를 사용해야 하는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 형편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보은지역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하는 선택적 보편적 복지관에 입각해 생각하며 처리됐어야 했다.
되짚어 말하면 군 의회의 이번 친환경 쌀 지원 통과는 어떤 식으로라도 변명의 여지없이 정치적 포퓰리즘에 다름 아닌 ‘과잉복지’가 되어버렸다.
다만, 교육적인 사감으로는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우리 군도 좋은 쌀 먹인다’는 명분확보는 된 셈이다.
고교생을 두 명이나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적게나마 학교급식비 보조를 해 준다기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일부 목소리 큰 학부모, 소신 없는 군 의원 덕분에 이번 2학기에도 30만 원이나 되는 급식비로 시름할 수밖에 없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바로 사회의 빛과 그림자다.
한 편이 밝으면 또 한편은 분명히 그늘이 진다.
보편적인 생각에 의하면 친환경 쌀은 질과 맛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보편적으로 일반인들이 사먹지도 못하는 상황에 꼭 고급스런 쌀을 먹여야만 했을까.
우리 지역 곳곳을 둘러보면 기초수급자 가정이나 차 상위계층, 조손부모 가정 등의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
이 가정의 아이들은 자활급식센터에서 1주일에 한번이나 두 번 꼴로 도시락과 반찬을 지원받고 있다.
학교에서만 하루 한 끼 친환경 쌀을 먹는다고 해서 질 좋은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번 친환경 쌀 지원에 대해서만큼은 여야, 집행부, 군 의회를 막론 일부 시끄럽게 주장하는 일부군민들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는 좀 더 공정한 폭넓은 지역의 여론수렴을 통해 결정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가정이나 사회나 지자체나 다 마찬가지다. 부모가 가난하면 아이들도 의복과 음식이 소박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어찌 보면 위화감 조성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학교에서는 친환경 쌀을 먹는데 집에 가면 우리 부모들은 일반미를 먹으니 아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빛과 그림자 속에 보편적 복지로 가는 길이 너무도 멀고 먼 현실이고 보니 긴 한숨만 나온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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