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피 같은 원유 버려야 했나

최종시한일인 9일 밤 자정을 넘어서자 낙농가들은 우유업체에 집유를 거부하고 결국 원유(原乳)를 폐기처분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보은지역 낙농가들도 이에 따라 9일 오후 착유분과 10일 오전 착유 분 약 40여t을 10일 밤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다.
이날 폐기처분한 원유(原乳)는 보은군관내 35농가에서 생산된 42t가량으로 시가 약 3,000만원에 해당한다.
낙농가들은 왜 이처럼 피 같은 원유를 버려야했나?
젓소는 아침 저녁으로 반드시 착유를 해야 하는 젓소의 생리적 특성 때문에 낙농가들은 낙농업에 뛰어든 기간이 얼마든 간에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그 흔한 관광 한번 가지 못하고 개인의 여가나 취미, 문화혜택은 상상도 못하고 친인척 애경사에도 제대로 참석 못할 뿐 만 아니라 심지어는 상을 당해도 상복을 입고도 착유는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낙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래도 매일 돈을 만질 수 있다는 데서 위안을 삼고 살아왔으나 해마다 20~30%씩 급등하는 사료값에 3년전 결정된 원유가 ℓ당 703원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3년전 원유가를 703원에 결정할 당시 착유우 사료값이 8,000원에서 현재는 13,800원으로 최근 3년간 172%나 폭등했다.
이처럼 사료값이 폭등함에 따라 오히려 원유를 생산해 이 가격에 우유업체에 납품할 경우 ℓ당 130원이 적자로 산외면 모 낙농가의 경우 하루 1200ℓ를 생산해 매일 16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착유 두수에 따라 그 차이는 있지만 어느 낙농가를 막론하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 요즘 우유값 비싼데 왜 어렵다고 하느냐.”고 반문하지만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다.
3년전에도 원유가 협상에 따라 원유값을 인상 ℓ당 703(현재가격)으로 결정했지만 낙농가입장에서는 이때당시의 최저 생산비를 보장받는 수준이었지만 우유업체에서는 이를 곧바로 제품값에 반영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떠넘겼다.
3년간 사료비, 인건비, 조사료비, 각종 약제비등 생산비가 다 올랐지만 원유값은 동결되어 적자를 보고 원유를 생산했지만 우유업체에서는 올해만도 두 차례나 우유값을 인상시켰다.
한마디로 낙농가와 소비자의 고혈을 짜내어 우유업체나 유통업체의 배를 불린 셈이다.
지난 9일 원유가 인상마지막 협상이 결렬되자 보은지역 낙농가들은 원유폐기 방법을 놓고 고민하다 지난 10일 보은읍 지산리 이 모씨의 농장 축산분뇨저장탱크에 보은낙우회 회원농가 생산 분 20여톤 1500만원 가량의 원유를 폐기했다.
환경법, 축산위생법등 제 법규를 준수한 것이다.
낙농가들은 어쩔 수 없이 원유가 인상을 요구했으나 원유가 인상을 곧바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리는 우유업체의 고질적 관행을 안타까워하면서 제시한 인상안 173원에 훨씬 못미치지만 130원+∂로 결정될 분위기 속에 11일부터 우선당장은 집유에 응하고 있다.
원유가 인상요구는 결국 16일 3년만에 130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57일간 끌어온 협상을 마무리 했다.
/나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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