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페이지에 ‘보은신문은 어느 지역 주간지인지?’를 묻는 댓글이 지난달 24일 올라왔다. 제목부터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오랜만에 올라온 댓글이라 호기심도 발동했고 아무튼 반가웠다. ‘보은인’이란 아이디로 올라온 글은 이렇다. “정신 나간 군의원들 외유여행을 가고 도내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이 정부미를 먹어도 이런 내용이 방송3사에 보도돼도 아무 관심없는 이 신문은 어느 지역 주간지인가요? 정신 나간 군의원들도(과) 똑같은 생각이신가요?” 보은신문에 새로 입사한 2009년 6월 이후 댓글로는 처음 받아본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기사에 대한 항의 전화는 두세 번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09년 8월 27일 ‘민주평통 예산 신중히 써라’는 제목의 삼파수였다.
이 글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은군협의회가 예산의 대부분을 관광성 경비로 편성해 도마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서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닌 시기에 소위 지역의 리더라는 의원 및 직능단체 대표자들로 구성된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적지 않은 군비를 들여 화려한 독도 나들이를 간다고 하니 군민들이 어떻게 납득할지 모르겠다”고 독도 방문을 관광성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직전년도에 다녀온 개성공단 통일교육시 음주가무를 꼬집었다.
이 글이 나간 이후 14기 한 평통자문위원으로부터 ‘편협한 기사로 정정보도를 요구한다’는 반박의 글도 흔쾌히 나갔다. 2009년 9월 3일자 보은신문이다.(지면 관계상 5400자 중 일정부분만 추림.)
“기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자의적 판단을 하고 있다. 교육은 안중에도 없다고 했는데 무슨 교육을 말한 건지 혹시 기자는 알아봤는가? 혹시 개성 들어가기 전에 이뤄진 그 반공교육을 말하는 건가? 그 반공교육은 사실 듣지 않아도 다 아는 건데 그마저 개성 가기 위해 열심히 들어줬건만... 그리고 교육이란 책상에 앉아 책보고 강의 듣는 건만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누가 뭐래도 개성관광 그 자체가 교육이었고 그것도 의미심장한 산교육이었다. 음주가무에만 신경을 써 사교성 여행이었다고 했던가? 본인은 음주가무를 전혀 못해 음주가무에 능한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솔직히 어디를 가나 버스를 좀 오래 탄다 싶으면 영락없이 음주가무를 즐기는 우리 문화에 적응을 못해 괴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고대시대부터 우리 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버스 안에서의 음주가무도 우리의 민족성이려니 생각하고 내가 남몰래 열심히 음주가무를 연습하든가 아니면 계속 잠을 청하든가 아니면 박수라도 연신 치든가 셋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버스 안에서 음주가무하다 사고 날까 걱정이지 그게 뭐 그리 나쁜 일이겠는가?”
음주가무 예찬은 좋지만 버스 안에서 음주가무는 엄연한 불법이다.
이후 21개월이 흐른 뒤 위치가 바뀌었다. 평통자문위원인 이 분은 지난 24일 사회단체의 일원으로 보은군의회청사 앞 집회에서 “보은군의회의 관광성 해외연수와 친환경쌀 급식비삭감”을 규탄했고 역공을 받았던 기자는 반대로 침묵했다. 솔직히 무관심이었고 알지도 못했다. 참고로 보은신문의 경우 공식적인 사안에 대해 기사를 작성하고 안하고는 우선 담당기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이를 존중해주는 것이 기본방향이란 점을 밝혀둔다.
댓글의 말처럼 지역방송 등과 달리 보은신문 뿐 아니라 적지 않은 주재기자들도 이날의 집회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다. 다만 매주 목요일 발행되는 보은신문(23일자)은 미주알 고주알이란 고정난을 통해 가쉽으로 간략히 다루었으며 논란이 일고 있는 정부미에 대한 기사도 두세 차례 보은군과 군의회, 민들레희망연대 측의 의견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구했다. 변명하려는 게 아니다. 비평이건 지적이건 칭찬이건 건전한 댓글은 악의적 댓글과는 달리 우리신문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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