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가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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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를 가꾸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03.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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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거나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인생과 다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등산을 할 때도, 평탄한 길이 있는가 하면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야 하는 길이 있고 또 그 길을 올랐어도 굽이굽이 또 다른 어려운 길이 펼쳐진다. 그렇게 여러 길을 만나고 걸어서 정상에 오르면 천하를 얻은 것처럼 기쁨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 그런 기쁨도 순간 힘겹게 올라야 했던 길에 비해 수월할 것만 같은 내림 길도 만만하지는 않다. 자칫 긴장을 풀면 오름 길보다 더 많은 사고가 날 수 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면 또 다른 삶이 기다려지고 그렇게 생활을 하다보면 또 무료해지고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공을 치는 운동 중에 죽어있는 공을 살려내야 하는 골프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공을 쳐서 목표지점에 보내야하는데 공을 쳐보면 길거나 짧은 것은 다반사이고 또 거리가 맞았다고 해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벙커나 해저드와 같은 장애물이 있어 위기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또 그곳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기도 하고 운이 좋아 벽을 맞고도 다시 좋은 자리에 안착할 수도 있다. 목표지점에 가까워지려면 많은 연습과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의 삶도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많이 처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 생활에 동반하는 것으로 꽃과 식물들이 있다. 그 것들을 가꾸면서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친정어머니는 꽃을 무척 좋아해서 꽃밭을 잘 가꾸셨다. 유년시절부터 많은 꽃들을 바라보고 꽃향기를 맡으며 성장한 탓인지 나 역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집안에 식물과 꽃을 가꾸었다. 남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잘 가꾼 식물들을 분양받기도 하고, 꽃집에 가서 수시로 꽃들을 사다 날랐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죽는 것이 많아서 어느 때는 화분이 수두룩하다가 어느 때는 불과 몇 개만 남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반복해왔다.
3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취미생활로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밀조밀한 야생화가 좋아서 분양 받아 키우기도 했고, 물망초, 부레옥잠을 비롯한 수생식물도 심어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햇빛이 모자라 웃자라고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했다. 식물들은 사람들처럼 특성이 모두 다르다. 물과 햇빛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특히 추위에 약한 것, 등등 그런 식물의 특성을 잘 몰라서 많은 꽃을 죽이기도 했다. 이렇게 체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 아파트 베란다에서는 어떤 것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겨울에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꽃이 귀한 겨울에도 늘 꽃을 피울 수가 있었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처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또 식물을 키우면서 배우는 것은 기다림이다. 물을 주면서도 잘 보이지 않았던 꽃봉오리를 어느 날 발견하게 된다. 그런 날은 생활자체가 즐거워진다. 그 이후 꽃이 몇 송이나 필까 궁금해지고 언제쯤 필지 내게 기다림이 시작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걸 들여다보며 “언제쯤 필 수 있니? 정말 기특하네.”하며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도 남편과도 그 꽃에 관해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꽃봉오리를 세며 그 꽃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그 시간은 즐거움이 있는 반면 때로는 길어져서 처음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 차츰 줄어들고 지루해지기도 한다. 이런 변덕스런 마음속에 꽃이 피면 그 나빴던 감정은 모두 사라지고 긍정적인 감정만 남게 된다.
꽃을 키우면서 교만함이 차츰 겸손으로 바뀌는 것도 경험해 보았다. 처음 식물을 키우면서 이것저것 갖다 놓고 내 꽃 자랑에 목소리를 키우곤 했다. 그 때는 주변의 것이 보이지 않았고 오직 나만이 아주 잘 식물들을 가꾸는 것 같아 우쭐함도 있었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식물원 원장이신 전문가를 몇 번 보여줬는데 그 분의 말을 듣는 대신 난 내 안에 빠져 흥분까지 하며 내 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조금씩 식물의 특성을 알아가며 배치하는 것도 발전해 가면서 지난 시간의 나의 꽃밭은 산만하고 엉성하기 이를 데 없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만하고 설익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베란다를 꽉 채운 40여종의 화초를 바라보며 이제 욕심을 조절하는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식물원이나 화원의 꽃들을 보면 또 내게로 옮겨오고 싶은 욕심이 든다. 식물을 사다 나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편도 꽃이 핀 식물들을 자주 사온다. 이제는 더 늘이지 않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더 잘 관리하는 것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꽃들은 자신만의 크기와 빛깔과 향기로 꽃을 피운다. 사람들처럼 남의 삶을 시기질투하지 않고 자기에 만족한다. 우린 누구나 자기만의 그릇이 있고 한계가 있는 것을 욕심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겠다.
오늘도 바이올렛과 사랑초 초롱꽃 등이 피어있는 나의 꽃밭을 바라보며 나의 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나의 향기는 나의 색깔은 그리고 내 꽃의 크기와 활짝 아주 활짝 피울 시기는 언제가 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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