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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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의 눈물
  • 손진규 서당골 청소년수련원장
  • 승인 2011.03.0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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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초·중·고, 대학생들 약 5만여 명이 우리 수련원에 체험학습으로 다녀갔다.
초·중등 학생들의 프로그램은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천문대 체험, 승마, 극기훈련, 썰매 외에 예절 심성, 리더십 트레이닝, 수영, 난타, 마술, 도미노, 수화, 응원 댄스 등이 있다.

특히 축제의 밤 ‘캠프파이어’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뛰어 들어? 춤추고 싶게하는 함성의 한마당이다.
어둠이 내린 깊은 산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피우고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게임을 하고 춤추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산골짜기를 메아리친다.

마지막에 펼쳐지는 촛불 의식. 모닥불은 생명을 다하고 별이 총총 빛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종이컵에 양초를 꽂아 불을 밝히고 행해지는 그 순간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했다.

캠프를 진행한 한 사회자가 "집에 불이 나서 자녀들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 뛰어 들어 자녀를 구했지만 어머니는 화상으로 얼굴이 몰라 볼 정도로 흉터를 남겼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자 아이들은 가족들 생각에 하나 둘 흐느끼기 시작하고 드디어 울음소리는 파도처럼 퍼져 나가며 때론 통곡을 하고 그동안 부모님께 잘못한 일과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이 엄숙한 시간은 반성과 가족애에 물드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4학년 남학생인 한 아이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천문대 별자리 관측을 가야하는데도 숨을 삼키며 한 섞인 울음을 그치지 않고 계속 흐느끼고 있었다.

이런 한 맺힌 울음은 어디서도 보고 들은 적이 없을 만큼 서럽게 보였다.
보는 사람을 숙연하게 만드는 열 살짜리의 우는 사연은 동생과 엄마가 너무도 보고 싶어서란다.
밤이 깊어가고 아이의 손을 잡고 원장실로 와서 담임은 달래고 대화를 나누길 20여분.

옆에서 지켜 본 나도 이 아이의 너무도 깊은 마음의 상처에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지금 제일보고 싶은 사람은 남동생, 다음은 엄마, 세 번째가 일하는 아줌마란 소리에 잠시 넋을 잃고 말았다. 당연히 세 번째는 아버지라고 해야 하는데...
아이를 달래서 천문대로 보내 놓고 사연을 들어 본 즉 부모가 모두 의사인데 이혼을 하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혼 후 아버지를 한 번도 뵌 적 없으며 보고 싶은 맘이 없다는 이 아이. 엄마의 세뇌 교육이었을까?
짙은 눈썹에 외모가 출중한 아이의 단호한 말 한마디에 누가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으며 얼마나 큰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갈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마음이 짠해왔다.

할아버지도 의사인 가정에서 부모가 병원을 개업하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형제는 상당히 엄한 교육에 때론 매도 맞고 젊은 엄마들의 교육관과는 엄청난 차이 때문에 고부간 갈등도 심했던 모양이다.
이 아이의 부모는 차차 금이 가고 많은 갈등과 시련 끝에 이혼까지 하고 말았단다.

그 후 아이의 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을 결심했고 어느 날 교장실로 아이를 한 번 만나 보고 떠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조부모와 함께 찾아 왔고 이혼 사실을 알고 있던 교장은 상황 판단을 해보니 함부로 상면을 시켜서는 안 될 것 같아 아이 엄마의 허락을 받고 상면을 시켜 주겠다고 했더니 얼굴을 붉히고 화를 내며돌아갔다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였다.

어떤 이혼 조건이었기에 자식을 맘대로 볼 수 없었을까.
아이의 아버지는 “학교를 떠나며 아들을 먼발치에서 보았고, 미국으로 이민 가는 이유는 언젠가 두 아이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올 것이고 그때 만나겠다."며 눈물을 삼키고 발걸음을 돌렸다는 슬픈 현실이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돈이 억만금 있으면 무엇하겠는가. 자식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이튿날 아침 아이가 너무 궁금해 찾아가 보았더니 역시 깊은 그림자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무슨 할 이야기가 있었겠는가. 그저 머리만 쓰다듬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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