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18>
이제 절기는 우울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면서 모든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고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보은읍에 거주하는 난영(가명 중2), 난희(가명 초등4년) 자매는 보일러가 고장 난 온기 하나 없는 냉랭한 집에서 돌봐주는 어른조차 없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사회복지사나 상담치료사들이 다녀가고는 있으나 이들의 생활환경을 바꿔주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밤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불기하나 없는 냉방에서 이들 자매는 온통 현실의 어려움 속에 내동댕이 쳐진 채 TV에 의존하여 정신을 그곳에만 팔고 있을 뿐이었다.
보은 관내에는 이들과 같은 결손 가정이 모두 69명으로 주로 이혼과 불화로 인한 가정 해체로 인한 가정이 많은 형편이다.
거기다가 부모나 편 부모의 지적장애로 인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어른들의 냉대와 학대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도처에서 언제일지도 모를 보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자체나 교육청, 경찰서, 학교조차도 이러한 학생들의 야속한 처지를 관망만 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 아이들을 향한 사회적 유기 형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미래의 꿈나무이고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갈 기둥들이다.
모든 아이들은 사회의 부당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특권이 있고 또한 사회는 이들 아이들을 보호해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관내 각 학교마다 지적장애 아이들과 치료받아야 할 다양한 정신적 증상의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신적 발전은 유기한 채 경제적 발전만을 추구한 사회적 부작용이다. 금권주의가 만연하고 그 사이에 정신적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사회적 불안 형태의 반영에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지역에는 이러한 아이들이 편히쉬고 공부할 수 있는 아동 쉼터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병들어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이들 청소년들을 구출해 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아무리 공부가 최고인 세상이고 경제적 논리가 우선되는 사회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아동이 불우한 환경에 내맡겨져 아무런 보살핌 없이 낙오된다면 결국 사회을 가 미래에 지불해야할 개인적 몫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만 갈 것이다.
인구 3만5000명 밖에 되지 않은 이 지역에서 이들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미래가 없다.
마음이 살아있고 인정이 살아 넘치는 농산촌의 지역사회라면 이러한 아이들을 양산해선 안될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 차디찬 겨울 속에 사회의 인정 밖에 방치되고 있는 아이들을 살펴보자.
무관심한 어른들의 냉대 속에 힘없이 내팽개쳐진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이제라도 다같이 해야만 한다.
각 학교마다 비상대책을 세워서라도 이러한 아이들이 추위보다 더한 냉혹함을 마음속에 심기 전에 우리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덥혀주는 인정의 손길을 펴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학업은 고사하고 누구나 누려야 할 따뜻한 가정의 온기를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빛과 온기를 선사하는 겨울이 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불우한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지역의 발전은 공염불이요, 우리 지역의 미래는 어두운 밤과도 같게 될 것이다.
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는 한 봉사자는 말한다.
이 지역에 아동들을 위한 쉼터 마련이 조속히 이뤄져 아이들을 따뜻함 속에서 전인적 인성으로 키워내는 역할을 이 사회가 맡을 때 비로소 미래가 보장되는 지역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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