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의 겨울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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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이웃의 겨울채비
  • 최동철 편집위원
  • 승인 2010.11.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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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그러하듯 겨울이 어김없이 오고 있다.
기상청과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올겨울 한반도는 유달리 더 추울 것이라고 한다. 21년 만에 가장 강력한 ‘라니냐 한파’(해수온도의 변화로 대기가 변해 생기는 기상이변 중 이상고온인 엘니뇨와 반대되는 현상)가 동태평양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울이 예년보다 10일가량 앞당겨지고 강추위가 일주일에서 열흘 주기로 나타났다 물러나곤 하는 날씨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한다.

이제 3일만 있으면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는 입동(立冬)이다. 입동이 되면 물이 얼고 그 다음 땅이 얼기 시작한다고 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땅 속에 굴을 파고 숨는다. 엄동설한을 견뎌내는 소나무 등을 제외한 식물들은 잔가지 끝까지 밀어 올렸던 수액을 뿌리 쪽으로 끌어 내린다. 그래야 동해(凍害)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이 이렇듯 기나긴 추위를 견뎌낼 겨울채비를 한다.

사람들도 이때가 되면 겨울채비에 분주해진다. 입동 전후에 담근 김장이 가장 맛있다고 하여 김장철이 된다. 또 겨울옷과 이불을 준비하고 난방대책을 세우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기이기도 하다.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풍속도 있었다. 입동, 동지(冬至)날에 마을노인들에게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이른다. 본래 치계미란 고을 사또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다. 때문에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려는 데서 비롯된 풍속으로 본다.

혹독한 추위가 예고된 2010년 겨울.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들의 힘겨운 겨울채비도 시작된다. 더욱더 잘사는 나라가 되어간다지만 세상인심은 갈수록 각박해져 간다. 가난했지만 인정이 넘쳤던 예전과 비교해 온정의 손길은 미약하다. 물론 일부 기관 단체에서 꾸준히 독거노인이나 소년 소녀가장 등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연탄도 배달하고 김장김치도 전달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소외된 이웃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일까.

어쩜 그들이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마음인 인정(人情)일 것이다. 권력욕과 배금주의에 물들어버린 그래서 인면수심(人面獸心)이 되어 수치조차 모르는 이들이 설치며 사는 현실에서 메말라 버린 인정을 그리워하는 것일 게다. 외롭고 가난하고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소외된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세상인심이 절실한 것이다. 그것이 문풍지 사이로 스며드는 칼바람과 시린 무릎을 덥혀줄 수 있는 겨울채비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온통 엉뚱한 짓거리만을 한다. 얼마 전 임명된 62세 된 국무총리는 도시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과잉복지’운운 했다가 곧 사과하는 해프닝을 치렀다. 이런 분이 행정수반이니 내년부터 전액 삭감된 경로당 난방비 대안모색은 커녕 농촌노인 등 소외된 이웃의 겨울채비는 아예 입에 담을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그럼 노익장을 과시하는 정상혁 보은군수와 군민을 대의하는 군의회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겨울채비 대책은 무엇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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