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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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꿈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0.10.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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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축제가 끝나고, 한 주가 지난 주말 이른 아침에, 해바라기가 보고 싶어 임한리 솔밭에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에 가니 여러 대의 차가 신작로 옆까지 주차 되어 있었고, 임한리 솔밭 해바라기 꽃이 피어있는 주변에서 10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사다리까지 동원하여 사진 찍는데 몰입해 있었다. 말을 붙여 보니 서울 인천 대구 등등 전국에서 입소문을 듣고 왔고, 어떤 사람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라고 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자연경관인 임한리 솔밭 주변에 해바라기를 심어, 노송과 노란 꽃 해바라기의 멋진 어우러짐의 볼거리와 영상의 가치를 제공한, 우리지역 보은이 문화면에서 승화되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94년도에 직장에서 유럽연수를 갔던 적이 있었다. 독일 프랑크루트 공항에서 내려 목적지로 이동을 하는데 도로 양옆에 노란 해바라기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때의 느낌은 해바라기 꽃이 아름답다는 것과 왜 그걸 심었을까? 하고 의아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요리에 견과류로 해바라기 씨를 접할 수도 없어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것이 연수기간 동안 독일의 농업정책을 알아가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농업이 산업과 경쟁력이 되지 않아 농업을 기피하므로 농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초지를 조성만 해도 농사를 짓기만 해도 국가에서 보조금을 주었고, 해바라기를 심은 것도 경관농업의 일환인 것이었다.
우리 지역에도 2007년부터 임한리 주변에 해바라기를 심으면서 그 해 해바라기 축제를 하였고 해바라기의 경작도 늘어 올해는 2만평이 남짓하다고 한다. 이런 경관농업이 전국적으로 정착되어 봄에는 유채꽃 그리고 가을에는 메밀꽃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연을 심어 연꽃축제를 하는 곳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자체마다 꽃도 다양해진 것 같다.
경관농업에 대해 쓰다 보니, 20대 초반에 시골에 출장을 갔다가 무리지어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고 왔던 날 썼던 일기가 생각난다. “오늘은 가을을 가슴에 가득 담아왔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모습을 보고 난 생각했다. 내가 만약 농촌으로 시집을 간다면 배추와 무 등 채소를 심을 텃밭에 봄부터 꽃을 심고 또 가을에는 코스모스 밭을 만들겠다. 그리고 난 사색에 잠기리라.” 라고 썼던 글이 아직도 기억에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경관은 우리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몇 년 째, 우리지역의 경관농업으로 심어진 해바라기는, 작년 대추축제를 그 주변에서 하면서 외부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그 당시 만개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보은의 대추 그리고 해바라기가 남아있으리라 생각한다.
작년에도 올해처럼 여중고친구들 모임을 대추축제에 맞춰서 하였다. 외지에서 많은 친구들이 왔었는데 친구들은 그저 감탄사를 반복하였다. 보은에서 축제장인 임한리 솔밭으로 갈 때 좌측 물이 흐르는 다리 주변에 주차하고 둑길에 올라 논둑길을 따라 걸으면서 친구들은 “정말 좋다!”란 말을 반복하며 정말 잘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벼가 익어 바람에 일렁거리니 황금물결을 만들었고 그 주변에 억새가 운치가 있었다. 거기에다 해바라기와 소나무와의 어울림을 보며 친구들은 하나 같이 우리 보은에 이런 명소가 있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축제 개막식 전 날, 비가 많이 와서 질퍽거려 신발은 엉망이고 바지밑단에도 흙이 덕지덕지 묻어 짜증나는 상황이었지만 친구들은 축제장을 골고루 돌아보며 즐거워했다. 사진을 잘 찍는 친구는 친구들의 다양한 신발이 질퍽한 흙에 범벅이 된 모습을 찍어 카페에 올려, 친구들이 그걸 공유하면서 그 날 정말 좋았다는 댓글이 많았다.
올해도 가을이 짙어가고 곡식들이 영글어가는 계절에 맞춰 주로 보은읍 뱃들공원 주변에서 대추축제가 이루어졌다. 이번에 치러진 축제를 바라보면서 장소에 대한 유감이 들었다. 보은읍에서 축제를 하면서 지역민의 접근성과 지역 자체의 잔치로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부사람들을 유치하기에는 올해 같이 한다면 또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나 들지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양의 마늘이나 음성과 괴산의 고추축제와 보은의 대추축제는 다르다. 마늘과 고추는 어느 가정이나 꼭 먹는 식품이라 외부사람들은 그 지역 축제에 가면 좋은 농산물을 적절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필요에 의한 확실한 목표가 있다. 그러나 사과나 대추 등 과일은 형편에 의해 꼭 먹는 식품은 아니다. 지역 홍보를 보고 호기심에 한 번 왔다가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농산물 판매장과 가수들의 공연을 보게 된다면 실망하여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축제와 차별화하며 지역의 특산품인 농산물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과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번 축제 기간 동안 축제시기에 맞게 해바라기 꽃이 잘 피어있는 임한리 솔밭을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아쉬워했다. 그 많은 시간과 그 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꽃 피운 해바라기 꽃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보은읍에서 축제를 하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우리 지역의 보배며 명소인 임한리 솔밭을 보여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이 잠자리와 메뚜기를 접할 수 있고 길 양옆으로 심어진 대추나무며 들녘에서 익어가는 곡식과 노송과 어우러진 노란 해바라기 등 자연이 만들어진 조화를 보면서 아름다움을 가슴에 하나 가득 담고 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대추축제에 대추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이제 곧 해바라기가 심어졌던 자리에 보리를 파종하여 내년에는 청보리와 황금보리밭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임한리 솔밭 주변에서 솔향과 가을바람을 품고 예쁘게 피었던 해바라기여!! 더 많이 사람들이 봐 주지 않았다고 슬퍼하지 마라. 너의 모습에서 마음의 위안을 받고 환한 희망과 꿈을 가슴에 담았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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