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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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하며
  • 송만호 청주보훈지청 보훈팀장
  • 승인 2010.08.2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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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보훈지청 보훈팀장
역사학자 E.H.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역사학자는 “역사의 교훈을 거부하는 민족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거나 역사에서 도태되는 숙명을 맞게 될 것이다”고도 말했다.
그만큼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사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를 위해 본보기로 삼아 반성하고 교훈을 삼을 수 있는 요건이라 할 수 있다.
8월은 우리가 일제로부터 조국을 되찾은 광복의 감격과 기쁨의 달이기도 하지만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이고 슬픈 역사를 지닌 달이기도 하다. 일제에게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은 것도 8월이고,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달도 8월에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8월 15일이 광복절이라는 사실은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지만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일의 정확한 날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 안된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 전부에 관하여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하고 영구하게 일본국 황제폐하에게 양여한다.”는 조항을 필두로 한‘한일합방조약’의 체결 공포로 인하여 조선왕조는 27대 건국 519년 만에 일제에게 나라를 완전히 빼앗기고, 하룻밤사이에 대한제국의 백성들은 조국을 잃어버린 망국민이 되었다.
1910년의 한일합방을 경술년에 일어난 국가적 수치라 하여 이 날을 ‘경술국치’ 라고 부른다. 그러나 진정 부끄러운 것은 ‘그물을 치기도 전에 물고기가 뛰어들었다’ 고 경술국치 전야의 비사에서 야유하고 있듯이 일신의 영달을 쫓는 친일파들에 의해 같은 민족의 손으로 우리 국토와 모든 권리를 일제에게 넘겨버렸다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좋은 것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보존하려고 하지만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것은 기억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다시는 꺼내보려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경술국치를 과거 나라를 빼앗긴 부끄럽고 숨기고만 싶은 역사로만 인식하고 잊으려 해서는 안된다. 일제 강점기 36년은 더할 수 없는 치욕과 수난의 역사였지만 우리 애국선열들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는 투쟁과 독립을 향한 의지를 보이며 일신을 바쳐 그토록 염원하던 조국의 광복을 이루었으며, 앞에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역사가 없이는 현재도 미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대전을 일으켜 수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한 독일인들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수상 이 1970년 12월 폴란드의 바르샤바 유태인 옛 거주지역에 세워진 위령탑 앞에서 무릎 꿇어 묵념함으로써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는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희생당한 자들에 대한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통하여 다시금 그러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뼈아픈 역사를 단지 과거로 묻어버리려 하는 우리들과 우리 영토인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하며 수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서는 일본과는 대비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일본총리가 한일합방은 부당하게 이루어졌고 자신들이 수탈해간 우리 문화재를 일부 반환하겠다는 담화는 한일 관계가 한보 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국이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고 양국이 진정 협력국이자 글로벌 시대의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본의 진심에서 우러나는 반성과 더불어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등에 대한 피해보상이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올해는 경술국치가 10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벌써 강산이 열 번도 넘게 변했을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단지 경제성장만을 위해서만 살아오고 정작 오늘날의 우리 자신을 있게끔 지탱해준 과거의 역사를 소흘히 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민족사의 일부분인 만큼 항상 그것을 교훈삼아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더욱 발전전인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겠다.

/청주보훈지청 보훈팀장 송 만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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