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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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
  • 류영철 농협중앙회 보은군지부장
  • 승인 2010.04.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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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중앙회보은군지부장
“이 북 모양과 색깔은 보은 특산품인 대추를 형상화한 것이고요, 이 북에 쓰인 오동나무며 박달나무는 모두 보은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입은 연주복은 신라인의 복장에 황토 빛인 붉은색을 가미 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보은의 자랑인 삼년산성이 신라인들이 쌓은 성이기 때문입니다”
3개월 동안 시골 아낙들에게 전통타악을 가르친 조진국 선생님은 관람객들에게 전통 타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보은 향토문화에 대하여도 해박한 지식으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며칠 전부터 전통타악 연주 첫 무대이니 꼭 시간을 내야 한다는 지역농협 담당자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3 달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한 예쁜 여학생(?)들의 모습에 더 흥미가 있었는지 모른다. 모셔 온 선생님이야 전통타악으로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소문난 훌륭한 선생님으로 나와는 미국 LA공연에서 첫 만남이 있었던 분이기에 만남 그 자체로도 큰 기쁨이었다.
참석한 관객들과 간단한 다과회가 끝나자 선생님의 지시에 의해 커다란 황토색의 누운 북이 V자로 놓이고 신라인의 복장을 한 8명의 연주자들이 북채를 들고 일렬로 들어온다. 불빛에 비춘 연주복의 붉은 색과 연노랑의 조화가 참 아름다웠다. 수석 연주자의 “욱”하는 첫소리와 함께 일제히 북채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누운 북에서는 분가루가 안개를 이루며 은은하게 연주장에 퍼진다.
북소리는 처음엔 보청천의 잔잔한 물소리가 되어 이곳으로 밀려오는 듯 하다가 시간이 지나매 요동치는 붉은 황톳물로 변하여 우리에게 밀려오기도 하였고, 때론 환한 달빛 속에 부끄러운 얼굴로 살짝 미소 짓는 벚꽃인가 싶었더니 어느 사이 속리산 맑은 봄바람에 꽃비가 되어 천왕봉에 어름다운 무지개를 띠우기도 하였다.
“둥둥둥, 두두둥둥둥” 시간이 갈수록 점점 격렬해지는 북소리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감격? 아님 놀람? 처음엔 나도 그 이유를 몰랐다. 왜 눈물이 흐르는 지를... 그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의 진원지를 찾아 서서히 헤매기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50여년 쯤,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라고 지금도 기억한다. 왜냐하면 그 때 일로 지금도 폐에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느 겨울날인가 친구들과 마을 앞에 있는 커다란 미나리광에서 썰매를 타다 얼음이 깨져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미나리광 물 깊이야 그리 깊지 않았지만 한 겨울이다 보니 추위로 그만 온 몸이 얼음장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날 이후 감기로 편도선은 부어 열은 올라갔고, 밤새 기침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려운 시절이라 병원은 못가고 약을 먹었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직장에서 야근 일을 하시고 돌아오신 아버지는 아랫목에 누워 있는 나를 만져 보시다가 급히 담요로 싸서 안고는 골목길을 뛰기 시작하셨다. 난 열로 정신이 혼미한 속에서 담요 틈으로 아련한 별 빛을 보았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도 희미하나마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쯤 지났을까 정신이 들어 눈을 뜨니 아버지는 계속해 뛰고 계셨고 그 때 난 지금의 그 북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둥둥둥” 아버지의 가슴에서 터질듯 울려 퍼지는 고동소리... 그리고 숨이 차 “헉헉”거리시는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 오늘 연주장에서 아버지의 그 고동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맨 앞 앉아서 북소리를 들으며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남이 볼까 손끝으로 살짝 닦았다. 그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앞을 바라보니 잔뜩 상기된 연주자들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 절정을 향하여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그래, 그래 생명의 소리여, 사랑의 소리여 이젠 보은의 내일을 위하여 용솟음치며 울려 퍼져라.” “두두 둥둥둥 두두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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