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2(문집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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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2(문집 만들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0.01.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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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할 때, 아이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방학이 돌아오면, 챙겨줘야 할 것이 많은 아이들 곁에 있지 못해 늘 미안하고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다 큰애가 중2, 작은애가 초등학교5학년 되던 5월에, 직장을 그만 두고 7월에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그 때, 중학교에 네 시간씩 특기적성 한 과목을 맡아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시간을 넉넉하게 보낼 수가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고 싶었던 바람이 이루어졌는데,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라 거의 집에서 하루를 지내면서, 함께 얼굴을 맞대다 보니 못마땅한 것도 많아 잔소리도 늘어나고 아이들끼리 자주 투탁 거려 소리도 지르게 되었다. 그리고 밥과 간식 챙겨 먹이기 등 할 일이 참 많아 차츰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개학을 하니, 아이들한테서 해방되어 ‘내 마음의 평화, 내 꿈을 펼쳐라’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 삶에 내 아이들과 긴 방학기간을 함께 했었고, 그 당시 일주일에 아이들과 내가 각각 세권 정도의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책읽기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초등학생은 방학아카데미에 참석하느라 학교를 거의 가게 되고, 중고교생 역시 학원가는 시간이 있어서 방학도 여유롭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놀이도 달라져 컴퓨터게임을 좋아해 엄마의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때도 많을 것 같다.
내 아이들의 겨울방학은 친정조카들과 함께 보청천에 가서 갈대를 꺾어 전쟁놀이도 하고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고기를 잡는다고 물로 들어가 발과 종아리가 빨갛게 얼어서 들어오기도 했다. 눈만 내렸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눈을 뭉치고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 눈을 뭉쳐 눈싸움과 옷 속에 차가운 흰 눈을 집어 놓고 도망가기도 하며 눈장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바깥놀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추운 날씨 탓에 밖의 활동이 제한되는 겨울방학이 이제 중턱을 지난 듯싶다. 방학이 시작하면 아이들은 제일먼저 하루의 일과계획을 세운다. 자문을 구하며 보여주는 계획을 보면 노는 시간보다 책읽기, 공부 숙제가 많은데 그것을 실천한 것은 거의 없었던 같다. 그렇게 방학시작은 방학 중에 해야 할 목표를 며칠씩 준비하고 잘 지킬 것 같지만 차츰 게으름과 안온감에 빠져 그저 뒹구는 날이 이어진다.
나 역시 거의 방임상태로 지내다가 방학이 막바지에 이르면 그제서 서두는 일이 있었다. 문예작품집을 만드는 것으로 그 때부터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아이에게 글 쓸 것과 그 보상도 약속을 한다. “오늘은 동시를 두 편 정도 쓰면 어떨까?” “오늘은 생활문을 써봐.” “오늘 목표는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한 편 써 보는 거야.” “오늘은 할머니께 편지 한편을 써보면 어떨까?” 그 외에 설명문, 논설문 등 아침에 그 날의 숙제를 준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 그런데 무엇에 대해 쓰면 좋을까?”하고 묻는다. 그러면 난 글의 소재와 내용을 아이와 함께 충분히 나눈다. 글의 소재는 아이와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으로 연필깎기 등 학용품과 관련된 것들과 여름에는 과일과 선풍기 등, 겨울에는 추운날씨와 눈과 관련된 것으로 매일 미리 글의 제목을 정해 준다. 그리고 방학 중에 다녀온 우주소년단과 해양소년단에서 실시한 캠프일정과 느낌, 가족여행에 대한 기행문도 꼭 쓰게 했다.
그렇게 아침에 숙제를 내고 직장을 다녀와 아이가 쓴 글을 점검하고 난 뒤, 그 글을 다시 옮긴다. A4용지를 활용했는데, 동시는 색연필과 색 싸인펜을 이용하여 내용을 적고 그림을 그려 시화를 만들게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를 닮아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책속에 예쁜 그림과 사진들을 오려서 붙이기도 했고, 컴퓨터를 활용하면서 그래픽을 내용과 비슷한 것을 찾아 시화를 만들었다. 시를 제외한 생활문과 같은 글들은 줄을 쳐서 연필로 쓰게 했고, 기행문은 캠프나 여행에서 찍은 사진도 함께 준비를 했고, 우리부부 작품도 하나씩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관련된 나의 글 한편과 남편의 작품사진 한 점 등 작품들이 다 준비가 되면 장르별로 차례를 정하고 편집을 한다.
속지와 다르게 표지는 두꺼운 것으로 준비하고 그걸 넘기면 첫 장은 목차로 작품의 페이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준비된 작품을 차례대로 넣고 두꺼운 뒷 표지로 마감하면 하나의 문집이 탄생된다. 그 문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글을 쓰면서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많이 표현하게 되고 문집탄생에 대해 하나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난 아이가 초등학교1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일 년에 두 번, 여름과 겨울방학 때마다 문집을 만들었다. 그 문집은 지금도 아이들 보물로 보관하고 있고 나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가끔 그 문집을 볼 때면 그 때 아이의 모습과 마음이 떠올라 혼자 웃기도 한다.
지금부터 개학 전까지 초등생을 둔 엄마들은 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글을 쓰게 하고 문집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힘들어 하면 엄마가 좀 도와주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아이를 아주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아이들이 개학을 해도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문집을 만들면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한 칭찬이다. “이 시 네가 쓴 거야? 야!!! 우리 아들 시인이네. 엄마도 이렇게 못쓰는데 정말 잘 썼어.” 하고 어깨나 머리를 다독여 주면 아이는 무척 좋아할 것이다.
내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우고 싶은 것은 부모들의 공통바람이다. 그 바람을 위해서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무엇을 어려워하며 고민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하며 좋아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지고 부모가 가급적이면 함께 생각해주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수필가. 송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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