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음먹으면 못 밝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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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마음먹으면 못 밝히겠습니까
  • 김인호 기자
  • 승인 2009.09.17 13: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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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찰의 초상집 도박 단속이 큰 방향을 불러 모았다. 경찰은 지난 9일 0시 20분경 보은읍 금굴리의 한 장례식장을 급습했다. 도박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봉고차 2대 분에 나눠 타고 상가집을 기습한 타격대는 장례식장 두 곳에서 나눠 벌어진 화투판 현장에서 판돈 200여만원을 압수하고 신분증을 압수했다. 상가집 화투판에 있던 이들은 이튿날 경찰에 줄 소환 당해 전원 조사를 받는 수모를 치렀다. 화투판에 직간접으로 간여했던 조문객 10명 이상으로부터 압수한 판돈 200여만원 가운데는 판돈보다 개인의 호주머니를 뒤져 모은 돈이 대부분이었다는 당시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또 상주의 친구 내지 사회단체 선후배 사이로 화투를 만진 자들도 있었지만 단지 친구들과 옆에 있었다는 이유(경찰은 상가집을 도박장으로 해석)만으로 소환당한 조문객도 있었다고 하니 당사자들 심정이 어땠을까. 또 이곳에는 현직 경찰 및 공무원도 각 1명씩 있었다고 하니 전후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할 요인이 있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 대해 “초상집이라고 해서 단속 범위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하룻밤에 수천만 원이 오가는 도박이 초상집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가 있는 만큼 단속을 통해 초상집 도박이 사회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일로 경찰이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밤새우기 위해 화투가 관례화되다시피 한 초상집을 급습했다는 점과 판돈이 작았음에도 경찰의 사건화는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점 등으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단속을 실시한 경찰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초상집에서 수천만원이 오가는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는 신고가 있다보니 단속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다른 경찰은 “15년~20년 이상 이곳에서 경찰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상습적으로 하는 도박꾼들을 모르겠습니까. 서로 쉬쉬하는 지역 분위기 탓 이지요”
이번 사건으로 경찰서장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경찰간부생 출신으로 취임이후 줄곧 주민을 위한 경찰행정을 펼쳐 서민의 애환을 함께 공유하려했던 서장이었기에 주민의 아쉬움도 더 크게 남는다.
“큰 도박이 벌어진다는 첩보로 경찰이 상가집을 덮치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느 상가집에서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을 사건화처리 할 정도로 도박판이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서장이 현장 상황을 보고 잘 판단했다면....”
그날 현장에 있던 조문객이 던진 얘기다. 황당했었단 말도 나왔다. 상주 및 조문객의 입장과 열 사람의 용의자를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경찰이기에 안타까움은 더 진하게 베인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실적을 의식하고 단행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작년 보은의 5적을 거론한 한 기자의 말로 대신한다.
<경찰의 과장급(경감)이상은 많이 있어야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전출된다. 하지만 계장급(경위)이하 경찰은 대부분 보은에서 시작해 보은에서 정년을 마친다. 그렇다 보니 경찰서의 실제 주인은 하급경찰들이다. 그들은 각종 친목모임에서 가장 우대 받는 인사들이다. 어느 친목단체이건 간에 이들이 빠진 모임은 드물다. 그들 중에 각종 동창회나 친목단체의 회장이거나 회장을 지낸 사람은 무수히 많다. 그들을 알아야 살아가는데 편하다.
음주운전에 걸려도 이들을 통하면 빠질 수 있고, 투서사건이나 사소한 다툼에도 미리 정보를 알 수 있고 조사도 유리하게 받을 수 있다. 어떤 경찰관은 이런 말을 한다. 음주운전에 걸려서 면허취소가 된 사람들 중에는 시내에 사는 사람들 보다 면단위 농민들이 많다. 그 이유는 시내사람들은 음주운전에 걸려도 인맥을 통해 빠져 나올 수 있지만 시골사람들은 경찰과의 인맥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그냥 중류층인 이들은 인재와 인물과 돈이 부족한 보은에서는 가장 강력한 파워집단이다. 보은같이 한적한 시골은 별사건이 없어 업무보다는 사적인 일에 매달리기에 매우 적합하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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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09-09-18 13:49:18
판돈 200만원이 작은 돈이다? 상가집 화투판은 신고대상이 아니다? 경찰서장이 현장에 직접 출동해야한다? 짧은 임기의 경찰서장이 애환을 몰라준다? 누군가가보기에는 큰돈이며 상가화투판은 개선되어야 할 문화인데 공론지에 인맥운운하며 범과 원칙을 능멸하니 황당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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