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이성에 눈을 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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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이성에 눈을 뜨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09.08.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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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2년 째, 같은 학교에 방과 후 글쓰기 지도를 나가고 있다. 3,4학년과 5,6학년 등 두 반을 지도하고 있는데 지난해 어느 날 ‘20년 후의 나의 모습’에 대해서 써 본적이 있다.
글을 쓰기 전에, 나를 예로 들면서 10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미래에 대해 공무원이 될 것이란 꿈을 꾸었던 것과 30살이 되었을 때는 공무원이었고 결혼을 하여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며 장래희망은 거의 이루어지므로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리고 20년 후면 나이가 30살((3학년기준) 정도로 나이에 대한 개념을 갖도록 그 때는 중고교, 대학을 마치고 경제적으로도 독립이 되어 있을 것이며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쳤냐에 따라 위치가 달라져 있을 거란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글을 쓰게 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의 글을 검토해보니 아이들이 사회인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거란 활발한 내용을 기대했던 내 생각과는 아주 달랐다. 아이들은 자신의 일은 생략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란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여자 아이들은 자녀를 몇 명 낳을 것이며 이름은 무엇으로 한다는 것과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잔소리를 할 것이고 남편은 그것을 싫어할 것이란 가족관계와 가족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며 초등학생들의 관심사가 이성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3학년부터 6학년의 아이들을 접하면서 저학년일수록 여자아이일수록 자기의 생각을 글과 말에 솔직하게 표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작년에 3학년 이던 윤아(가명)는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오빠가 있다고 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같은 학교 5학년인 혁(가명)이 오빠를 좋아한다고 했다. 혁이가 어디가 좋은데 하고 물어 봤더니 잘생겨서 좋다고 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혁이는 눈썹이 새까맣고 눈이 선하고 정말 잘생겼다. 그런데 혁이를 좋아하는 아이는 윤아 뿐만이 아니었고, 나리(가명)도 좋아했다.
윤아와 나리는 한 동네에 살면서 유치원도 같이 다녔고 매일 등하교를 같이하는 친한 친구인데 얼마 후에 나리는 내게 이제 혁이오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면 친구가 좋아하니까 양보하고 자기는 딴 오빠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듯 동심을 살짝 들여다보면 맑고 깨끗함을 볼 수 있고 아주 재미가 있다.
올해 한 살을 더 먹은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4학년이 된 윤아는 키도 마음도 훌쩍 자라 성숙함 마저 풍겼고, 수업시간에 간혹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했는데 영락없는 사춘기적인 모습이었다. 어느 날 혁이오빠를 지금도 좋아하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럼 오빠와 따로 만나냐니까 주말에 보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편지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편지배달은 혁이네 집에 함께 살고 있는 윤아와 같은 반의 경희였다.
어느 날 혁이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며 윤아의 반지와 똑같네 하고 말하니 혁이는 얼른 손을 감추었고 그 이후에 윤아 보고 혁이 반지와 똑 같은데 커플반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혁이는 윤아이야기를 해도 자신의 생각을 내색하지 않았다.
한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그 동안 써온 글들을 장르별로 편집하여 문집을 만든다. 문집의 제목과 표지를 각자 꾸미는데 지난 7월, 5,6학년이 문집을 만드는 날, 3,4학년이 먼저 만들어 참고 자료로 가져갔다. 혁이는 윤아 것을 찾더니 문집의 제목과 표지를 똑같이 꾸몄다. 두 아이를 보면서 청춘남녀의 사랑과 비슷하다는 걸 느꼈고 그 힘은 글쓰기에도 나타났다. 윤아는 편지글과 생활문을 참 잘썼으며 내용도 그 나이에 비해 풍성하고 혁이는 작년에는 글을 대충 짧게 후딱 쓰곤 했는데 올해는 장문으로 내용도 진지해졌다. 예쁜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나누는 그 아이들이 어떻게 변해갈까 궁금하고 걱정도 되지만 좋은 친구로 발전할 것이며 아름다운추억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시 돌아가서 ‘20년 후의 내 모습’ 글쓰기 내용을 보면 3,4학년의 여자아이들이 가정을 꾸미는데 관심을 가졌고, 5,6학년은 여자보다 남자아이들이 이성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다. 그 당시 5학년이던 남자아이가 쓴 글을 보면 자신의 모습보다 주변의 친구들과 6학년의 형과 누나들을 서로서로 엮어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었다.
이런 글들을 접하면서 초등학생들의 관심이 공부와 놀이등도 있지만 이성에 대한 것이 크다는 걸 느꼈다. 내 아이들을 키워보니 아이들이 이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시기는 이성을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이성에 관해 관심이 많을 때, 아빠보다 엄마를 더 친근한 존재로 느끼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이의 감정을 비웃지 말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생각을 이해하며 이성에 대한 관심은 성장의 일부분이란 것을 알아야 될 것이다.
/송원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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